나의 캠핑 이야기 - 풀꽃나라 반디캠프 : 2박3일 솔캠 (2014/08/15~08/17) #15

2014. 8. 18. 17:58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이제 두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입시 때문에, 올해 가족 캠핑은 더이상 어렵다고 판단되어 8월 15일부터 2박 3일간의 "황금 연휴"에 솔캠을 감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은 그보다 전에 솔캠을 시도하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때마침 그 넓은 캠핑장에 예약한 팀이 거의 없어서, 혼자서 넓은 캠핑장에서 캠핑을 하는 것이 무서워서 포기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다행히 여러팀이 예약된 상태라 그런 걱정은 필요가 없었다. 본인이 캠핑이라는 취미를 가지기로 마음 먹고 첫번째로 방문했던 것이 바로 "풀꽃나라 반디캠프" 캠핑장이었다. 그리고 올해까지 3년동안 1년에 2번 정도는 꼭 찾는 캠핑장이기도 한데, 왠일인지 예전처럼 캠핑장 예약자들이 많지 않은 것이 의아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캠핑장들처럼 영역이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곳에 캠핑장이 만들어져 있어서 자연과 더불어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캠핑장인데 말이다.










아무튼 모처럼의 연휴 첫날 아침이기 때문에 8시반쯤 출발을 해서 양평을 향해 달려갔다. 역시나 원래 다니던 길이 정체가 심한지 김기사는 생전 처음보는 우회로를 안내해주었다. 약 20km를 돌아가는 것이지만 덜 막힌다면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캠핑장 향하는 길에서 두번씩(!)이나 김기사가 골탕을 먹이는 바람에 처음 시작부터 기분이 잡치기 시작했다. 사거리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굳이 엄청나게 막혀보이는 길로 계속 가라고 하길래 반신반의하면서 몇십분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사거리를 지나 그 길로 진입을 하는 순간! 갑자기 경로 재탐색을 하더니 그동안 계속 뚫려있던 길로 가라는 것이 아닌가! 그럴거면 몇십분 기다리지 않고 그냥 가도 되었고, 이미 진입한 상황이라 차를 되돌리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씩씩 거리며 차를 돌려서 다시 변경된 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가다보니 시내를 관통하는데 좀더 가서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도 되는데 굳이 미리 빠져서 골목길로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평소 믿을만한 김기사 네비였기에 믿고 갔더니... 아뿔싸! 좌회전이 안되어 또다시 얼마를 돌아서 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ㅠㅠ




어찌되었든 막히는 길을 뚫고, 힘겹게 한강다리를 건너서 달리고 또 달리다보니 평소 아무리 오래걸려도 2시간 반이면 충분한 거리를 3시간 50분쯤 걸려서 도착했다. 그나마 3시간대에 도착해서 다행이라고나 할까. 배는 이미 고팠지만 서둘러 사이트를 구성하고 정리가 된 다음 아들내미가 좋아하는 스낵면 두개를 끓여 먹고나니 정신이 들었다. 말이 솔캠이지 텐트와 바비큐그릴, 더치오븐, 의자 몇개만 빠졌을뿐 대부분의 캠핑 장비를 다 가져온 통에 사이트 구성하는데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해먹에 누워 독서를 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에 룰루랄라 해먹에 오르려했는데, 아뿔싸!!!! 방심한 틈을 타서 본인의 아이폰 5c가 땅에 떨어졌고, 그다지 세게 떨어진것도 아니었는데 각도가 나빴는지 유리가 파삭하고 금이 가버렸다.

이런 XOXOXOXOXOXOXOXOXOX!!!!!





기기를 변경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생전처음 액정을 박살 내본 탓에 혈압 게이지와 분노 게이지가 완전 충전되어 얼마동안을 씨불씨불거리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혀야만 됐다. 얼마 시간이 지난 다음 마음을 다잡고, 파손액정 교환 비용을 여기 저기에 알아보니 약 11만원~13만원 정도가 나온다고 했다.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 것 때문에 성질이 났지만 누구탓을 하랴... 결국 멋진 솔캠을 즐기기 위한 추가 비용 정도로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스리고, 흥분된 탓에 쉽게 읽혀지지 않는 책을 억지로 펼치고 해먹에 누웠다. 다행인 것은 이번에 캠핑 와서 읽으려고 "홈플러스(!!!)"에서 구입한 두권의 책이 좋은 책들이었다는 것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평소 일부러 베스트셀러는 뒤늦게 읽고자 하는 습관 탓에 이제서야 읽게 되었는데, 그날 저녁 와인 한병을 마시면서도 읽고 잠이 들기까지 전까지 읽고, 그다음날 오전까지 열심히 읽어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늦깎이 데뷔를 한 작가의 글솜씨가 정말 훌륭했고, 이러한 창의적인 발상과 재미있는 표현에 기분이 좋았다. (번역도 잘한것 같고) 그리고 약간의 기획적인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정여울 작가의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도 부담없이 읽을만한 책이었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좋은 글들을 인용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은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느꼈다. 이책은 3일째 아침에 서둘러 철수를 하는 바람에 중간까지밖에 못읽었지만, 이런 컨셉의 여행 서적도 나름 괜찮은 듯하다.


이번 솔캠에서 첫날에는 멜롯 품종의 칠레 와인과, 두번째날에는 카버네 소비뇽 품종의 칠레 와인을 따서 마셨다. 첫날에는 약간 퓨전느낌이 나는 크림치즈(살때는 고르곤졸라스타일인줄 알았음!), 뜨거운물에 데친 소시지와 마셨고 둘째날에는 까망베르 치즈와 마셨는데 둘째날에 먹고 마신 치즈와 와인이 아주 좋았다. 시원한 맥주였어도 좋았겠지만, 최근 규칙적인 운동을 못하는 관계로 의식적으로 와인으로 챙겨왔다. 음식과 같이 즐기는 와인은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본인처럼 매일 한병씩 해치우는 것은 건강에 좋지는 않을 것 같다. ^^;;



해야하는 원고 작업이 있어서 일부러 노트북 2대를 가져와서 세팅까지 끝냈으나, 이번 캠핑에서는 처음 설치할때를 제외하고는 집에 갈때까지 다시 노트북을 열지 않았다. 주로 해먹에 누워 책을 읽다가 졸리면 자다가, 다시 일어나서 책을 읽는 식으로 가급적 휴식을 취하려고 했고, 결과적으로는 괜찮았던 것 같다. 한동안 책읽기를 게을리했는데 덕분에 독서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식사의 경우는 첫날 점심-스낵면2개, 첫날 저녁-햇반+3분닭갈비덥밥소스, 둘째날 아침-북어해장국+햇반, 둘째날 점심-햇반+3분낙지볶음덥밥소스, 둘째날 저녁-햇반+매운카레, 세째날 아침-햇반+북어해장국 순으로 식사를 했고, 식사후에는 커피 한잔과 아오리 사과 한알을 먹는 나름 규칙적인 식사를 했다. ^^;; 의무적으로 더치오븐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홀가분했고, 맛난 고기를 구워먹지 않아도 괜찮았다.








첫날에 아이폰 액정이 박살나는 바람에, 집에 가는 길에 안양역 근처에 있다는 "애플아이"라는 수리 전문점에 들러야 했기 때문에 세째날에는 새벽 5시 30분 기상. 6시에 아침을 먹고 철수를 시작했다. 잠에서 깼을때도 약간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날이 흐렸는데, 한창 철수를 하는 중간부터는 비사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부피가 큰 것들부터 차 크렁크에 수납하고 있었던지라 대부분은 문제 없이 정리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타프를 걷고 잘 포개서 김장용 비닐에 넣는 것으로 이번 캠핑은 마무리되었다. 비를 맞고 땀을 흘려 엉망이 된 옷들을 벗고 샤워를 한 다음, 새옷과 새신발로 갈아입고 차의 에어컨을 틀고 뽀송뽀송한 기분으로 귀가길에 올랐다. 



예상대로 아직 귀성 차량들이 몰리지 않은 덕분에 캠핑장에서 안양까지는 약 1시간 30분 정도에 갈 수 있었다. 왠지 이날따라 부산에서 먹었던 "믹 존스 피자"가 땡기는지라, 먼저 평촌 롯데백화점으로 가서 오픈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믹 존스 피자에서 "베이컨 반, 포테이토 반"을 주문했다. 따듯하고 커다란 피자 한판을 차에 싣고 이번에는 안양역 앞의 롯데백화점으로 가서 주차를 하고, 안양역 지하상가에 있는 "애플아이"를 찾아가서 깨진 액정을 교체하고 만일에 대비하기 위해 강화 유리를 추가로 덧대는 작업을 했다.



안양에서의 볼일이 모두 끝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가서 믹 존스 피자를 맛나게 먹고 쉬다가, 오후에는 아들내미와 "드래곤 길들이기 2"를 관람하고 오락실에서 5천원어치 오락을 즐기는 것으로 황금연휴를 마감했다. 꽤나 우여곡절도 많던 연휴였지만 얼마간의 업무 스트레스와 피로를 싹 씻어주는 휴식 시간이 되었다. 한달에 1번 정도의 캠핑은 이런면에서 아주 추천할만한 취미라고 생각한다. 다음달에는 어디에서 어떻게 캠핑을 할 것인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