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동차 이야기 - K5 LPG 렌트카 550km 주행기

2014. 1. 5. 13:02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급작스럽게 제주여행을 준비한 탓에, 렌트카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할인 이벤트를 하는 "K5 LPG"로 4박 5일간 (100시간 렌트) 약 550km를 주행한 느낌을 적어보고자 한다. 2000년 9월부터 8년간 EF소나타 2.0 GVS를 소유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두세대 전의 중형차급과의 변화를 비교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이다. 원래는 벨로스터를 이번 기회에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다음 기회로 미뤄야할 듯하다.


렌트카이기 때문에 내장재의 퀄리티나 옵션 사양이 낮은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겠다. 어차피 그런 부분은 평소에도 관심이 없었으니까 따져볼 생각도 없다. 운전석에 앉으니 나름 디지털 방식이기는 하지만 왠지 촌스러운 계기판과 운전자를 향하도록 만들어진 역시 뭔가 어설픈 대시보드가 반긴다. 게다가 촌티 풀풀나는 기어봉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7만km 이상을 주행한 렌트카임에도 엔진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 편이다. 또한 K5의 승차감은 나름 잘걸러진 느낌이다. 하지만 주행 감각은 말그대로 "평범함" 그 자체이다. 대신 출렁거린다기보다는 약간은 팽팽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하드하지는 않다)


뒤창문이 작기는 하지만 후방을 보는데 큰 문제는 없는 편이고, 좌우 사이드미러는 E클래스에 비해 큼직한 편이라 시인성이 좋았다. 4박 5일 동안 약 550km를 주행하면서 6만5천원어치의 가스를 충전했는데, 반환시에 2000~3000원어치 분량이 남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리터당 8~9km 정도의 낮은 실연비를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반 휘발유 차량보다는 비용이 절감되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나은편이라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골프였다면 6만5천원 주유를 하면 최소 700~800km를 주행할 수 있었을테니.

 

K5 미션의 직결감은 13년전에 구입했던 EF소나타의 헐렁한 미션 변속감(급가속시)에 비하면 나름 발전했다고 생각되지만, LPG 차량이라 그런지 가속시에 힘이 딸리는 문제는 심각한 편이었다. 이는 얼마전에 출장을 가기위해 200km 정도 고속도로 주행을 해보았던 소나타 LPG 차량에서도 느꼈던 문제인데, 추월을 위해 급가속을 하려고 하면 RPM이 3천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울리는데 속도는 그와 비례해서 올라가지 않았었다. (E200 CGI의 경우, 2천 RPM이 넘지 않은 상태에서 급가속이 되며 부담없이 추월이 가능하다) 이번에 렌트한 K5 LPG는 그에 비하면 조금 나은 편이었지만, 고속 안정성이나 고속에서 브레이킹 능력을 따지기도 전에 고속 주행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저 정도 연비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번에 알아보니 소위 말하는 옵션이 없는 깡통차의 가격이 K5, 소나타 모두 자동기어 기준 2200만원 전후였다. 본인이 2000년 9월에 EF소나타 2.0 GVS 모델을 1700만원 정도 주고 구입했었던 것 같은데, 13년 동안 600~700만원 정도 가격이 오른셈이다. 그사이에 가격이 많이 올랐고 안올랐고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의 성능을 가진 중형 차량을 2200만원 이상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면 일부러 체급을 낮춰서라도 2000만원대 중후반의 폴로, 미니, 친퀴첸토, 208, 골프 1.6 등을 선택하겠다. 이 차는 운전하는 내내 언제 도착지에 도착을 할까가 가장 기다려질 정도로, 운전 자체가 재미가 없고 무미 건조했다. 과장을 보탠다면 얼른 운전을 마치고 차에서 내리고 싶었다. 이런 차로 하루 동안 1000km에 가까운 서울-부산 왕복을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매일매일 타도 즐겁고, 막히는 길에 갇혀있어도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는 차라면 좀더 비용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소나타나 K5와 같은 국산 중형차들은 "적당함"이 가장 큰 미덕으로 보인다.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주행성능, 적당한 승차감, 그리고 적당한 내부 공간, 적당한 디자인... 그리고 아쉬운 연비. 이제는 "그랜저"에게 많은 고객을 빼앗겼고 예전만큼 많은 인기를 얻는 차종으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지나치게 평범하고 적당함에 많은 사람들이 질려버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현재의 소나타나 K5는 상당히 스포티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차량의 특성은 전혀 스포티하지 않다는 "이질감"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이런 차로 과속에 칼치기를 하는 정신나간 인종들은 뭔지. 터보 모델은 좀더 나을지 모르겠지만, 타보지 않았으니 패스. 길거리 어디에서나 흔하게 보이는 차를 몰고다니면서 개성을 논하기도 쉽지 않고, 눈에 띄지도 않는 화려한 옵션으로 나만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도 왠지 슬픈 일이다.

 

5일 동안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니기 위해 타고 다닌 K5는 다음 3가지 단어로 요약할 수 있겠다.

무난함, 적당함, 지루함

그 어떤 단어도 구매 의욕이나 다시 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하지 않는다.

아듀~ 국산 중형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