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프로그래밍 공부법 - 1.5. 늦깎이 개발자에 대한 단상

2012. 11. 4. 16:49기타/나의 프로그래밍 공부법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뒤늦게라도 찾아서 할 수 있게 되었다면, 분명히 행복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이 세상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늦고 빠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분야에서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이상 근무를 하다가 개발자로 전향하려고 하는 지원자들이 있다. 여기에 적은 글은 필자가 실무에서 늦깎이 개발자들을 많이 경험해본 것을 기초로 작성한 것이니 부디 참고하셔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시작이 늦었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것이 늦어야 한다는 법이 없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작이 늦은 만큼 더 많은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법이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인내심을 가진 자만이 성공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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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개발자에 대한 단상


필자는 일반적인 중소기업의 인사 담당자 못지 않게 개발자를 희망하는 수많은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검토해왔고, 많은 지원자들과 면접을 본 다음 그 중에서 적지 않은 인원을 채용하여 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개발자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기획자 등도 많이 뽑아보았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 배운 사실 중에 하나는 늦게 시작할수록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이 있는지 여부를 먼저 확실하게 파악을 한 다음, 그 다음에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뒤늦게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 분들은 “늦깎이 개발자 = 대부분 프로그래밍 소질이 떨어지거나 적성이 맞지 않음”이라는 공식에서 자유롭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 내용은 거의 비슷한데, 오랜 기간 동안 다른 분야의 일을 해왔지만 마음속으로는 계속 개발자가 되고 싶어했고 많이 늦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리스크를 감수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여러 가지 분야에서 뒤늦은 나이에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여 성공하는 사례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프로그래밍 소질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10년 정도를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업무를 수행해온 경력을 가지고 있는 개발자와 비교해 본다면, 10년간 개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업무만 해왔던 사람이 아무리 프로그래밍 소실이나 잠재력이 많다고 하더라고 그 차이를 단기간에 따라 잡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로그래밍 소질마저 없다면 얼마나 위험한 선택이라는 것인지는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 기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지 말고, 개인적인 시간을 활용하여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직접 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개발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단말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고,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어플리케이션을 등록하여 판매할 수 있는 앱 스토어가 있는 요즘과 같은 시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을 하여 자신이 정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지를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좋은 것은 이러한 시도를 하면서 어떠한 성과 (앱 판매/다운로드 순위 상위 랭킹, 공모전 수상 등)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성과들은 뒤늦기는 했지만 개발자로서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주는 객관적인 판단 근거가 되어 줄 수 있다.


개인적인 시간을 프로그래밍 공부나 소프트웨어 개발에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가장 큰 문제는 남들처럼 할 것 다 하면서 자신은 남들보다 더 나은 성과나 결과를 얻기를 원하는 태도일 것이다. 이미 사회 생활을 충분히 해본 늦깎이 개발자라면, 이 세상에는 그런 식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남들에 비해 많이 늦었음을 알고 있다면 말로만 그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 많은 노력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 전에, 자신에게 남는 모든 시간을 프로그래밍 공부에 사용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어찌 어찌해서 다행히 업무에 적응하여 자기 몫을 제대로 해냈다고 하더라도 예상치 못하게 숨어 있는 복병이 하나 있다. 처음에는 자신이 새로 시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으로도 근무가 가능하다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 스물 스물 본전 생각이 나고 애초에 협의된 근무 조건이 부당하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문제이다. 대개 이런 경우에는 자신이 “늦깎이”라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의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다가 그간의 고생을 인정 받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라는 동물이 아무리 화장실을 가기 전과 갔다 와서가 달라질 수 있다고는 하더라도, 업무에 있어서는 다소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계속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손해인 것 같아서 장기적으로 보면 개발자로써 성공적인 안착이 더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성립하기 전까지는 감수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필자가 항공사진 구축&서비스 시스템을 한창 개발하고 있던 시기에, 잠시 같이 일을 했었던 촬영 담당자 M씨가 전형적인 늦깎이 케이스였다. 촬영 분야의 경력이 전무했지만 늦깎이임에도 나름 열정과 적극성을 보여서 열악한 근무 조건으로나마 합류할 수 있었다. (좀더 정확히 말을 하자면 “급여는 주시는 대로 받겠습니다”였다.) 마침 촬영 작업 자체도 처음으로 진행되는 일이라서 여러 가지 시행 착오를 겪어야 했고, M씨는 나름 고생을 하면서 항공사진 촬영 작업에 대한 기초 프로세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M씨는 그렇게 몇 개월간 고생을 하고 나니 회사 내에서 자신이 아주 중요한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고 느껴졌고, 현재 받고 있는 급여는 그에 비해서 너무나도 형편이 없다라고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래서 회사 사장님과 자신의 급여나 대우에 대해서 성급하게 재협상을 시도했고, 불행하게도 그것이 잘되지 않아서 곧바로 다른 인력으로 너무나도 쉽게 대체되고 말았다. 다른 인력으로 대체되었으나 업무 진행에 문제는 없었으니 결과적으로 M씨 본인만 아쉬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늦깎이 개발자가 실력을 제대로 인정 받고 적절한 대우를 받기까지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인내심은 처음 그 길을 가기로 결심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된다. 따라서, 절대로 조급해하지 말고 누구보다 못지않은 실력과 경험을 쌓을 때까지는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제대로 인정을 받게 될 때까지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 가짐을 가지고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