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캠핑 이야기 - 몽산포오토캠핑장 (2013. 5. 17~5.18) #4

2013. 5. 19. 12:19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모처럼의 3일짜리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몽산포해수욕장에서 이 때만은 예약을 받지 않고 선착순으로 진행한다는 공지를 보고, 겁도 없이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사전에 알아보니 국내 오토캠핑장 중에서 가장 대지가 넓은 캠핑장이라고 하니 조금만 서둘면 어렵지 않게 괜찮은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_-;;; 뒤늦게 연휴 계획을 세우다보니 마땅히 다른 대안도 없었기에 이렇게 낙관적인 기대를 품은 것부터 에러였다.


공휴일이라서 쉬는 석가탄신일임에도 딸내미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미술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딸내미와 집사람은 후발대로 오후에 오기로 하고 선발대로 아들내미와 본인이 먼저 출발하기로 하였다. 오전 여섯시쯤 출발하고자 하였으나, 미리 짐을 다 실어놓았음에도 준비하다보니 여섯시 반이 넘어서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불과 한시간 전쯤만해도 원활하게 뚫려있다던 고속도로는 곳곳에서 막히기 시작했다. 상습 정체 구간인 매송-비봉 구간은 물론 서평택JC까지 지체 서행이 계속 되다보니 꽤나 힘든 여정이었다. 사실 이렇게 막히고 사람이 많이 몰릴 것 같으면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고 대안을 찾는 것이 우리 부부의 스타일이었지만, 이번 캠핑은 이렇게 시작부터 그 룰이 깨지고말았다.


서해대교를 지나서부터는 길이 뚫리기 시작해서 홍성IC까지 내려갔다. 네비게이션에서는 서산IC에서 빠질 것을 권유(!?)했지만, 진출하기 위해 차량들이 늘어서 있는 모양새나 서산IC에서 몽산포해수욕장으로 연결되는 길이 썩 좋은 길은 아니라서 홍성IC까지 내려갔다가 안면도 쪽으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다행히 이쪽 길은 아직 차량이 몰리지 않은 듯 수월하게 몽산포오토캠핑장까지 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걸린 시간은 4시간 반이 넘었다. 평소 같으면 두시간에서 두시간 반 정도면 충분했겠지만, 4시간이 넘는 길을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도 정신력으로 버틴 아들내미가 대견했다. (평소 아들내미의 차량 이동시 한계시간은 1시간 이내였다. ㅋㅋ)



차량이 2대가 이동하기 때문에 집사람의 차 트렁크에 릴렉스체어 4개, 여분용 장작 1박스, 집사람과 딸내미 옷가방만 싣고 나머지는 모두 내 차에 실었다. 안쪽 깊숙히 키친테이블과 테이블, 그리고 캡틴 체어 2개를 넣고 텐트, 타프, 숯불그릴, 화로대, 50m 릴선, 배터리 전등, 가스전등, 장작 1회분, 부루스타, 해먹, 기타 등등이 들어갔고, 뒷좌석에는 음식과 아이스박스, 본인과 아들내미 옷가방, 침낭2개, 발포매트 등을 실었다. 역시 세단 차량은 캠핑용 짐을 싣기에는 한계가 있다. 만일 차량 한대로 가려고 했다면 다소 무리인 구성이다.



드디어, 몽산포오토캠핑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이미 그 넓은 캠핑장 전체가 텐트와 타프, 차량들로 빽빽이 들어차있었다. 그 어디에도 텐트를 칠 자리는 물론 차량을 주차할 자리고 없어 보였다. 주차되어 있는 차량 사이로 이동하는 것조차 벅찬 상황이었다. 몇 번을 캠핑장 주위를 어슬렁 거리다가 평소 예약자들만 캠핑이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섰다. (이번 연휴에는 사전 예약이 안되기 때문에 이곳도 예약없이 이용 가능하다) 이곳도 거의 모든 자리에 텐트가 쳐져 있었지만, 다행히도 타트와 텐트를 칠 수 있는 자리를 찾아 낼 수 있었다. 서둘러 차량을 주차하고 텐트 칠 자리와 타프를 칠 자리를 확보했다. 출발 전에 나름 구상하고 있던 나무 숲을 등지고 바다 바로 앞에 캠핑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바닷바람이 거세게 부는 탓에 혼자서 타프를 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서둘러서 타프를 치다보니, 방향이 틀리게 치다가 다시 쳤는데, 이번에는 앞/뒤가 바뀐 채로 뒤집어서 타프를 쳐버렸다. 거의 다 친 다음에 발견한 것이라 맥이 빠져서 그냥 그 상태로 마무리를 하고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했다. 타프를 다치고 텐트까지 친 다음에 해먹을 달려고 했는데, 이미 옆에 텐트를 치신 분이 내가 찜해놓은 자리에 해먹을 쳐놓으셔서 타프 뒤쪽에 설치했다. 혼자서 사이트 구축을 하는게 이렇게 힘들줄이야. 집사람의 빈자리가 너무 컸다. 서둘러 키친테이블과 테이블도 설치하고 뒤늦은 점심을 먹었다.




문제는 워낙 빡빡한 공간에 타프를 치다보니 바닷가쪽의 2개의 폴대를 고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쪽은 굴러다니던 무거운 나무조각(덩어리? 통나무?)에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었는데, 나머지 한쪽은 도저히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머리를 굴린 것이 3가닥의 줄을 하나로 연결하여 모래사장에다가 팩을 박고 길게 연결한 것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이렇게 하면 생각보다 강하게 고정을 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었다. 문제는 이것이 사람들이 왔다갔다할 때 걸리적 거린다는 것이었다. 낮에는 그나마 보이니까 살짝 머리를 숙이고 지나가면 되는데 밤이 되니 잘 안보여서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일부러 그쪽에 전기랜턴을 걸어두었으나 큰 효과가 없는 듯했다. 슬슬 불평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모래사장에 박은 팩을 빼고 길을 막지 않도록 폴대를 기울이고 길에 평행되도록 좌우로 팩을 박고 고정했다. 위기를 맞이해야 창의력이 발휘되는 지 모르겠지만, 불가능한 방법이었는데 생각보다 강하게 고정되어 만족스러웠고 더이상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이번 캠핑 전에 새로 구입한 장비 중에서 예상과는 달리 싸구려 "바람막이"와 "해먹"이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그 전에는 부루스타로 요리를 할 때, 바람 때분에 고생이 많았는데 촌스럽게 생긴 바람막이 덕분이 이번에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걱정없이 음식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아이들이 해먹을 좋아해서 제대로 누워보지도 못했다. 비싼 화로대나 캡틴 체어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고, 텐트용으로 전기랜턴을 산 것은 잘 한 일어었다. 50m 전기릴선의 경우에는 휴대폰 충전기만 연결했기 때문에 아직은 잘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기는 하다.





해가 슬슬 지기 시작해서, 화로대를 꺼내서 장작을 넣고 불을 붙였다. 이번에 "모닥불 장작"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 구입한 장작은 잘개 쪼개져 있어서 별도의 도끼질을 하지 않고도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처음 받았을 때는 너무 잘게 쪼개져있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막상 사용을 해보니 그편이 사용하기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토치로 불을 붙이는 것도 생각보다 빨리 불이 붙어서 편했다. 약 1~2분 정도를 토치질을 해주니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장작이 타버리는 시간이 빨라서 비닐봉지에 넣어온 장작으로는 2~3시간 밖에 버티질 못했다. 20kg 한 박스에 담긴 장작의 2/5 정도를 비닐봉지에 넣어왔었는데 이정도라면, 4~5시간 불을 피우려면 한박스의 4/5 정도의 장작이 필요할 것 같다. 먼저 가져온 장작을 아껴서 버텨보았지만 집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모두 소모 되어서 따로 마트에서 구입해온 싸구려 숯불을 넣었다. 모든 장작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장작의 경우, 불이 붙으면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문제가 있었다. 듣기로는 제대로 건조가 되지 않은 장작의 경우에 그런 문제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 부분은 다음 캠핑에서 남은 한박스의 장작을 떼워보면서 좀더 지켜봐야 겠다.



원래 숯불 직화 구이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그렇게 하면 담배를 엄청나게 핀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하기에 이번 캠핑 부터는 숯불 직화 구이로 굽지 않고, 아래처럼 코펠의 후라이팬을 이용하여 고기를 구웠다. 막상 이렇게 먹으니 직화 구이를 할 때나 후라이팬에 구울 때나 맛있기는 매한가지니 이왕이면 건강에 좋은 방법으로 구워 먹는게 좋을 듯 하다. 한밤중까지 20kg 한박스의 장작을 다 떼워보니, 콜맨 화로대가 괜찮은 것 같기는 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라면 굳이 화로대를 따로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전에 사용하던 싸구려 숯불용 그릴에 장작을 넣고 사용해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듯했다. 이미 구입했으니 잘 쓰겠지만, 아직 화로대를 구입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일부러 비싼 돈 주고 좋은 화로대를 구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어차피 불 피워서 그을음이 붙고, 재가 쌓이면 싸구려나 비싼 제품이나 비슷비슷해진다.



이번 몽산포오토캠피장에서의 캠핑은 몇가지 실수가 있었다. 첫번째는 앞에서 언급한 것 같이 폴대 고정을 시키기 위해서 이동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 점이었고, 두번째는 아래 사진처럼 사이트 구축할 때는 미처 몰랐는데 차량을 세워놓은 위치가 이동통로를 그대로 막아버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통로를 막았음을 알아챘을 때에는 다른 차들로 빽빽이 들어차서 다른 곳에 주차할 수 없게 되어 낭패였다. 애초에 아래 사진의 우측에 있는 다른분의 텐트를 친다고 해서 일부러 차를 앞으로 더 빼주었는데, 그러지 말고 그 자리에 주차를 해버렸다면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겠지만 뒤늦게 알게 되었으니 도리가 없었다. 아무튼 이 자리를 빌어서 이 두가지 실수 때문에 불편하셨던 다른 분들께 사과를 드리고 싶다.

"제가 아직 캠핑에 미숙에서 본의 아니게 불편함을 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 모든 고생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저녁 노을이 지는 아름다운 바닷가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여기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텐트를 비우고 다닐 수가 없어서 아들내미가 원하는 만큼 바닷가에서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엄마가 텐트를 지키고 있으면 되니까 아침 일찍부터 바다에서 놀자고 달래니, 아들내미는 어서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단다.



이번 캠핑 때문에 일부러 세차를 안하고 있었던게 다행이었다. 하루를 바닷가에 세워놓고 나니 차량 전체가 모래 먼지로 뒤덮여 있어서 말이 아니었다. 집사람 오피러스는 바깥쪽 주차장에 안전하게 세우고 들어오라고 했지만, 본인의 E클래스는 늘 그렇듯 짐차로써 오프로드 주행까지 마친 상태였다. 아버님의 테라칸을 가져오기 전까지는 여전히 험로 주행용으로 활용될 듯하다.



날씨도 좋았고, 바닷바람도 좋았다.



작년부터 캠핑 갈 때마다 전형적인 방식으로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에는 타프가 뒤집혀서 안쪽에서 로고가 보이는 점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캡틴 체어는 생각보다 불편해서 집사람이 도착해서 가져온 싸구려 릴렉스 체어가 더 편했다.



본인의 차와 타프+텐트 사이에 다른 텐트가 자리 잡고 있어서 사이트 구축이나 철수 시에 다소 불편했다. 그래도 다른 분께 양보해주어서 그 분들도 좋은 자리에서 캠핑을 하게 되었으니 그걸로 만족했다.



아름답지 아니한가.



원래는 예약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캠핑 장소이다.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서 해먹 설치가 용이하고 자연 그늘을 만들어 주어 좋은 것 같다. 화장실과 설겆이 장소도 그리 멀지 않았지만, 근처에 있는 화장실 시설이나 설겆이 장소 시설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바닷가 바로 앞이라서 100점 만점에 90점은 충분하게 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래 지도에서 붉은 색으로 표시한 부분)



오후 내내 그렇게 불던 바람이 밤이 되니 딱 멈추었다. 밤이 되니 쌀쌀해졌지만 한박스 가져온 장작을 밤늦게 떼우면서 추운줄 모르고 쉴 수 있었다. 다만, 밤에 바닷가에서 폭죽 놀이를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밤 12시가 넘도록 폭죽을 터트리는 일부의 몰상식한 매너는 아쉬었다. 그리고 우리가 구축한 사이트가 통행로 바로 옆이다 보니 새벽부터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소리에 잠을 깰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설겆이를 하고 아침 준비를 했다. 아침이라 쌀쌀하고 바닷물도 차가웠지만, 아들내미의 성화에 못이겨 바다로 나가서 놀았다. 샤워 시설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물에 놀지 못하게 했지만, 신나게 노는 애들의 모습을 보니 고생스럽기는 해도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과 바닷가에 오면 늘 만드는 모래성 대신 이번에는 커다란 수로를 만들면서 놀았다. 99.9%의 사람들은 갯뻘에서 조개를 캐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우리는 조개를 어떻게 캐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평소처럼 놀기만 했다.



점심 식사를 먹고 철수 준비를 시작했는데 2시가 넘어서야 겨우 철수를 할 수 있었다. 장시간 운전을 하고 와서 혼자서 사이트 구축하느라 난리친 다음, 잠도 많이 자지 못한 탓에 체력이 많이 바닥이 나서 이번처럼 철수가 힘든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짐은 본인의 차에 모두 싣고, 애들은 집사람의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피곤한 탓에 머리 쓰기 싫어서 네비게이션을 따라서 아무생각 없이 시내를 관통해서 서산IC로 향하는 길로 갔다가, 겨우 40km를 가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덕분에 그 사이에 고속도로 정체도 심해져서 약 24km의 정체 구간을 지나야 했는데, 행담도휴게소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졸음 방지를 위한 음료와 과자를 잔뜩 샀다. 피곤한데다가 정체가 심하면 졸음 운전하기 딱 좋은데, 과자를 계속 집어 먹으면서 운전을 하면 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덕분에 칼로리 섭취량이 늘 수는 있지만, 졸음 운전해서 사고 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겪었던 캠핑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가족여행보다도 힘든 여행이기는 했지만 나름 즐거운 캠핑이었다. 그 넓은 캠핑장 전체가 마치 "난민촌"처럼 엄청나게 많은 차량과 텐트가 뒤섞여 있었지만, 일종의 "전쟁시 피난 훈련"을 했다고 생각하면 좋은 경험이었다. 참으로 열악한 화장실과 수도 시설이었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 나았고 샤워 쯤이야 집에 와서 편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평소에 차 막히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지만 이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막히는 길을 다녀보겠는가라고 생각하니 막히는 것도 별로 짜증도 나지 않았다. 이 모든 불편함과 번거로움은 캠핑을 가지 않으면 겪을 수도 없는 일이기에 적응하고 익숙해지련다. 우리는 너무나도 지나치게 편한 삶만 추구하고 사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리 오토캠핑장이라고는 해도 무질서하게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 차량들과 이리 저리 뒤엉켜 있는 사이트들, 다소 불편한 편의 시설 등으로 인해서 더이상 몽산포오토캠핑장을 다시 찾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당분간은 아무쪼록 예약이 가능하고 사이트 구분이 명확하거나 인원수 제한을 하는 캠핑장을 이용할 생각이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되면 테라칸을 오프로드 튜닝을 해서 가급적 사람이 적은 자연 속에서 캠핑을 즐기는 것이 현재의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