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30. 12:34ㆍ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시작하기에 앞서서, K9이 나오기 전까지 기아자동차의 기함이었던 "오피러스"는 상당히 좋은 차라고 생각한다. 2009년도부터 5년째 타고 있지만, 승차감이나 성능, 스타일 등에 대해서 여전히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중에 벤츠 E클래스를 계속 타다가 주말에 오피러스를 몰게되어도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어서 마음에 든다. 예전에 오피러스를 주로 몰고다닐 때에는 오피러스를 몰다가 NF 소나타라도 운전하게 되면, 뭔가 답답하고 차가 안나간다는 느낌이 바로 들어서 이질감을 심하게 느꼈었다. 그런 면에서는 아무래도 대형차종인만큼 오피러스가 외제차에 근접한 드라이빙 느낌을 준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3개월 가까이 800~900km가 넘는 장거리를 자주 운행하다보니, 오피러스를 몰고 같은 거리를 이동하게 되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번 출장에는 일부러 집사람의 오피러스를 빼앗아서 몰고 내려가게 되었다. 대형차임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 연비는 최대 리터당 12.7km를 기록했다. (트립컴퓨터 기준) 시내 주행 연비인 6~7km에 비교하면 2배나 좋은 연비를 보여준 셈이다. 참고로 벤츠 E200 CGI는 시내 주행 연비 9~10km, 고속 주행 연비 13~14km 정도이지만, 고급휘발유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그렇게 좋은 연비가 빛을 보지 못하는 편이다.
1. 오피러스의 시트는 푹신한 가죽시트라서 시내 주행 시에는 편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장거리를 주행할 때에는 2~3시간 정도 계속 앉아 있다보면 엉덩이가 아프다. 반면 약간 딱딱한 느낌의 가죽시트인 E클래스의 시트는 엉덩이가 아프다는 느낌이 든 적이 없다. 내려갈 때는 100km 전후로 휴게소를 들르다보니 엉덩이가 아픈 줄 몰랐는데, 올라올 때에는 평소처럼 중간 지점에서 한번 쉬기만 하고 장거리 주행을 하다보니 바로 느끼게 되었다.
2. 오피러스의 출렁거리는 승차감이 다소 거슬린다. 도로에 굴곡이 있거나 코너링을 할 때 E클래스만큼 충격을 흡수하거나 착 달라붙는 코너링과 차이가 많이 느껴진다. 무른 느낌의 승차감에 익숙해있는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E클래스의 하드한 승차감이 어색할 수 있으나, 장거리에서는 이렇게 딱딱한 승차감이 훨씬 피로도를 낮게 해주는 것 같다.
3. 아무래도 전장이 5m인 대형차종이기 때문에 오피러스의 실내 공간의 여유로움은 장거리 운전시에 장점이 되는 것 같다. E클래스는 중형에다가 국산차보다 실내가 좁은 편이기 때문에 장거리 운전 시에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드는 편이다. 자동차를 운전하여 이동하는 것은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대중교통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자신만의 공간이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더 크고 여유로운 것이 좋을 수 밖에 없다.
4. 역시나 가속감이나 속도감은 오피러스보다 E클래스가 훨씬 낫다. 오피러스의 경우 100km/h로 주행하면 100km/h로 주행한다는 느낌이 바로 느껴지는 반면, E클래스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도 그 이하로 달리는 것 같이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오피러스가 V6 2700cc 엔진을 탑재한 덕분에 힘에 있어서도 여유가 있다는 느낌은 들지만, 순간 가속은 아무래도 후륜에 비해서 둔하다는 느낌이 든다.
5. 별 것 아닌 장비이기는 하지만, 장거리 운행 시에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크루징을 가능케 하는 "크루즈 컨트롤"의 유무가 중요하다. E클래스의 경우 크루즈 컨트롤을 잘 활용하면 큰 피로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해지고 연비도 좋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크루즈 컨트롤이 기본 장착되어 있지 않는 오피러스의 경우에는 살짝살짝 엑셀을 밟으면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게 만들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많아져서 피곤해질 수 밖에 없다.
6. 오피러스의 결정적인 문제는 연비가 좋은 차가 아님에도 중형차인 E클래스보다도 적은 용량을 가진 연료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클래스의 경우, 고급유라서 비싸기는 해도 한 번 주유를 하면 서울-부산을 충분히 왕복할 수 있다. 그러나 오피러스는 한 번 주유로는 최대 600km 정도까지 주행이 불가하기 때문에 반드시 중간에 주유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시내 주행시에도 마찬가지인데, 오피러스의 시내 주행 연비가 낮은데다가 연료통도 작아서 매일 출퇴근을 할 때에는 최소 1주일에 한번은 주유소에 들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물론 E클래스는 주중 출퇴근과 주말 주행까지 해도 한번 주유로 1주일 이상을 버틸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신경이 덜 쓰인다.
결과적으로, 왕복 400~500km 정도의 중거리 정도는 오피러스를 이용해도 되겠지만 800~900km 정도의 장거리 주행은 당연히 E클래스를 탈 생각이다. 국산 대형차가 이 정도 차이가 있다면, 그 이하급의 차종은 비교하기 힘들 것이다. 겨우 중형차를 외제라고 비싼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단지 브랜드 값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번 비교 주행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소나타 풀옵션의 두배 정도 가격이지만 같은 중형차라고 해서 같은 급으로 본다면 아주 큰 실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겉모습과 달리 성능, 승차감, 안정성 등의 "질"에 있어서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만한 비용을 투자할만한 가치는 차고도 넘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