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캠핑 이야기 - 후배들과 캠핑 : 풀꽃나라 반디캠프 (2014/04/26) #10

2014. 5. 1. 17:24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4월부터 가족들을 모시고(!!) 캠핑을 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되어,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같이 일을 하던 팀원들을 꼬셔서 4월 26일에 올해 첫 캠핑을 추진하였다. 본인을 포함하여 남자 4명 + 미확정 1명 정도의 인원이었기 때문에 구닥다리 텐트 2개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기에 장작만 따로 주문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다른 멤버들에게 각자 고기, 술, 기타부식거리 등을 각각 배정하여 준비해오도록 했는데,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을 원래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친구들이라 술을 담당한 친구만 땡 잡은 셈이었다.


작년 내내 이용했던 모닥불 장작의 경우, 작년까지 이용했던 가격이 이벤트 가격이었고 그것이 얼마전에 원래 가격으로 환원된 탓에 다른 장작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주문한 것이 "캠핑온"에서 판매되는 참나무 장작 2박스였다. 캠핑온 참나무 장작의 박스 크기가 웬지 작다는 느낌이었는데, 캠핑 가서 사용해보니 모닥불 장작의 20kg 박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5월초 연휴 기간에 2박 3일 캠핑을 갈 예정인데, 캠핑온 참나무 장작만으로는 부족할테니 캠핑장에서 판매하는 장작을 추가로 구입해야할 판이다. 다음에는 조금 비싸더라도 "모닥불 장작"을 다시 주문해야 겠다.


이번에는 차량에 캠핑 용품을 가득히 싣고, 3명의 인원을 태우고 가야 했기 때문에 집사람의 오피러스를 몰고 출발했다. 세명의 성인 남성이 캠핑용품과 함께 끼어서 이동을 하다보니 픽업트럭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물론 픽업트럭을 장만한다고 해도 가족들과 캠핑 갈때에는 여전히 차량 2대가 출동해야 할 것이다. 집사람과 애들은 세단으로 편하게 이동하는 것을 선호할테니. 딸내미를 오전 9시에 홍대 학원에 내려주고 후배들을 픽업하기로 한 "회기역"까지 시내를 관통해서 갔다가 캠핑장으로 향하니 오후 12시쯤이 되었다. 급하게 타프를 치고 테이블과 의자만 세팅한 다음 라면을 끓여서 점심 식사를 마쳤다.



원래 단체 행사 때문에 예약을 받지 않았던 주였는데, 행사가 취소되어 뒤늦게 예약을 받았고 아직 4월이라 본격적인 캠핑 시즌이 시작되지 않은 탓인지 원래 여유로운편인 풀꽃나라 반디캠핑장이 더 여유롭게 느껴졌다. 넓은 사이트를 우리들만 차지하고 사이트를 구축했는데, 요즘 유행하는 텐트처럼 거대하고 멋진 스타일의 텐트가 아니다보니 왠지 초라해보이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일반적인 텐트 대신 더 비싸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계획 중이다보니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피해야 하니 최대한 구닥다리 텐트로 버티고야 말것이다. 



후배들이 텐트와 해먹에서 낮잠을 자는 사이, 본인은 더치오븐의 시즈닝을 하느라 분주했다. 본인 역시 피곤해서 눈을 좀 붙이고 싶었으나 저녁때 로스트치킨과 백립을 요리하려면 준비를 해야하니 어쩔수가 없었다. 역시 더치오븐 따위는 사지 않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달그락거리면서 열심히 시즈닝을 한다음, 먼저 로스트치킨 부터 시작했다. 후배가 고기를 준비해왔는데, 시간이 없는터라 미리 럽을 바르고 숙성을 시키지 못했기에 시즈닝 하기전에 바베큐 소스를 골고루 발라주는 정도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번에는 지나치게 오랫동안 요리를 한 탓에 과도하게 익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정확히 한시간 정도만 요리를 해보았다. 미리 숙성을 시키지 않았음에도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딱 한시간 정도 보다는 1시간 10분에서 20분 정도 익히는 것이 좋았을 듯 했다. 닭한마리와 감자 두개를 반으로 잘라서 같이 넣어줬는데, 잘익은 감자도 맛이 좋았다. 


로스트치킨을 요리하여 먹고나니 슬슬 어두워지려고 해서, 서둘러 두번째 백립 요리를 시작했다. 역시 미리 럽을 발라주고 숙성을 시키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고기를 씻은 다음 바베큐 소스만 대충 발라주고 감자와 넣고 약 1시간 20분 정도를 익혀주었다.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하고 소금이나 후추를 깜빡잊고 간 덕분에 간도 해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맛있게 요리가 되어 적지 않은 백립을 금새 먹어치울 수 있었다. 로스트치킨은 소스에 찍어먹었지만, 백립은 소스 따위는 전혀 필요없이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닭한마리 로스트치킨만으로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 비장의 무기가 되어줄 것 같다.



집사람과 함께 캠핑을 할 때에는 항상 집사람이 커버를 해주기 때문에 문제가 덜 발생했었는데, 이번 캠핑은 캠핑 경험이 적은 후배들과 하다보니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 이런저런 실수가 많았던 것 같다. 장작이 모잘라서 캠핑의 꽃인 모닥불 멍때리기를 제대로 못했고(캠핑장에서 장작을 사려했으나 행복한노숙자님께서 제한된 시간동안만 판매를 하고 부재중이신 바람에 구입 못했음) 가스 랜턴을 옮기려고 손잡이를 잡았다가 뜨거워서 놓치는 바람에 멀쩡한 심지가 떨어져서 예비 심지를 장착해야 했고, 철수할 때 타프용 폴대 중 하나의 고무줄이 끊어졌고, 급하게 우중 철수하느라 해먹만 챙기고 나무에 묶어둔 스트랩은 그냥 놓고 오는 등... 평소와는 달리 허둥지둥 댔다. 그래도 간만에 캠핑을 통해서 약간의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같이 캠핑을 하기로한 다른 후배 한명은 결혼식 준비 때문에 어쩔수 없이 저녁에 따로 합류하기로 했는데 하루종일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다가 자신의 차량이 퍼지는 바람에 많은 고생을 했고, 결국 밤 11시가 되어 렌트카로 캠핑장까지 찾아왔지만 일요일에도 출근을 해야해서 같이 캠핑을 즐기지 못하고 잠시 머물다가 가게 된 것도 미안하고 아쉬었다.



다음날에 비가 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일기예보보다 많은 비가 쏟아진 것 같고 예상보다 일찍 (새벽 5시쯤) 쏟아지는 바람에 자다가 일어나서 부랴부랴 우중 철수를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남자 후배들과 함께 철수를 하다보니 텐트나 타프를 정리하는 것이 신속하게 진행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빗속에서 약 한시간 반동안 철수 작업을 마친다음 양평 시내의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이왕이면 평소 좋아하는 "양평 해장국"을 먹고 싶었으나 일요일 이른 아침 시간이라 아무곳이나 열려있는 식당을 찾아야했기에 뼈다귀해장국으로 만족해야했다. 미리 준비해간 김장용 비닐에 비에 젖은 텐트와 타프, 그리고 해먹을 넣어오니 다른 장비는 젖지 않아서 역시나 유용했다. 집에 와서 해먹은 세탁기로 세탁을 했고, 텐트와 타프는 베란다의 건조대에 널어서 말려서 다음 캠핑 준비를 했다.


본인이야 캠핑을 좋아하니 새벽부터 빗속에서 고생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그렇지 못한 일행들에게는 고생스러운 경험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 이 친구들에게 다시 같이 캠핑 가자고 한다면, 과연 이번처럼 흔쾌히 같이 가겠다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가족 뿐만 아니라 누가 되었든 캠핑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같이 캠핑을 즐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 같다. 함께 캠핑을 하는 사람이들도 본인처럼 캠핑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즐길거리를 많이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