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캠핑 이야기 - 메릴리캠프 (2014. 10. 3. ~ 10. 5.) #16

2014. 10. 5. 18:36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업무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쌓였을 때, 반드시 그에 대응하는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건이다. 그런면에서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프로는 진정한 프로로서의 자격이 없는 셈이다. 또한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만 끝나면 쉬게 해줄께"와 같은 그럴듯한 약속은 일을 하는 사람이 "인간"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배려심조차 하지 않는 비인간적인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끝나든 안끝나든 휴식이 필요한 인간은 반드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최근 1~2주 사이에 "캠핑 가서 쉬고 오라"는 몸의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나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의아니게 타이밍을 놓쳐서 쉬지를 못하니 컨디션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10월 첫째주 연휴에는 무조건 캠핑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뒤늦은 예약이라 반디캠프는 예약 종료되었고, 대신 메릴리 캠프에 전화로 문의하니 예약 가능한데 계곡 앞쪽은 예약이 끝났단다. 대신 해먹 스탠드를 빌려주신다기에 감사해하면서 2박 예약금을 입금했다. 모처럼 독서삼매경에 빠질 계획이었으나, 최근 아들내미가 캠핑을 가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집사람에게 들어서, 아들내미에게 의사를 물었다. 말 잘들으면서 2박3일간 아빠와 캠핑을 다녀오면, 최근 모으기 시작한 아이언맨 피규어를 하나 사주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승락을 하는 통에 예정과 달리 "남자들끼리의 캠핑"이 되어버렸다.




연휴 첫날 아침이라 역시나 길은 많이 막혔고, 3시간 40분만에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오다보니 네비게이션에서 시간이 지나가도 계속 1시간 반이 남았다고 하는 통에 어이없었지만 아들내미와 웃을 수 있었다. 인내심이 무척이나 짧은 아들내미의 성화속에 드디어 메릴리캠프 입구로 진입!



지난 5월에도 가족들과 함께 2박 3일 캠핑을 했었는데, 주인장분꼐서 기억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더불어 계곡쪽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해먹을 칠 수 있는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기분 좋게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번 캠핑에는 특별하게 "전기장판"을 하나 마련해서 가져왔는데, 5개월전 이곳에서 캠핑을 할 때 예상치 못한 추위 때문에 무척 고생을 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번 캠핑 내내 따듯한 잠자리에서 맘편히 잠잘수 있었다. 봄이나 가을처럼 일교차가 심할 때 캠핑에는 전기장판이 필수인듯하다.



배정된 사이트의 위치는 괜찮았으나, 렉타타프를 제대로 설치하기에는 폭이 좁은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캠핑 3년차의 노련함(!?)으로 사이트 구축 완료. 차가 지나다닐 공간을 마련하면서 렉타타프를 치기는 성공 했는데, 시종일곤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혹시나 타프가 무너지지나 않을가 걱정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철수때까지 타프는 버텨주었다.



지난 5월초에 왔을 때보다는 한산(!?)한 느낌이다.



안쪽 계곡 옆 사이트들은 나름 단골(!?)들의 영역인것처럼 보인다. 나름 명당 자리인듯.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어정쩡한 자세로 세워진 렉타타프와 모기장. 바람이 거세게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위태위태했다.



집사람의 추천으로 사온 G7. 평소에는 원두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마시고, 아메리카노도 징하게 마시면서 이상하게 캠핑장만 오면 달달한 믹스 커피가 땡긴다. 일반적인 믹스커피보다 질리지 않아서 괜찮은 듯.



이번 캠핑때 읽기 위해 산 세권의 책. 위화와 요나스 요한손의 책을 한권씩 골랐고, 일본작가의 책도 한권 샀다. 솔캠이었다면 다 읽었겠지만, 아들내미와 간 덕분에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를 다읽고 "허삼관 매혈기"를 1/3 정도 읽은데 만족해야 했다.



이번 캠핑에 마시기 위해 산 와인 두병.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돌려따는 뚜껑의 호주산 와인들이다. 둘다 가격이 1만원 미만대인 쉬라와 카베르네 소비뇽인데, 첫날 쉬라 1병을 다마셨다가 예상보다 취해서 둘째날에 마신 카베르네 소비뇽 은 상대적으로 덜 세고 맛이 괜찮았음에도 절반만 마시고 닫아버렸다.



브리와 까망베르를 묶어서 할인 판매하는 것을 사왔는데, 맛은 나쁘지 않았으나 포장지가 치즈에서 잘 안떨어지는 것을 보아하니 유통기간 때문에 할인 판매를 한 듯하다.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계곡 옆에 사이트를 구성했으나 계곡에서 놀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캠핑온에서 구입한 장작 2박스를 들고 가서 하루에 한박스씩 신나게 모닥불 놀이를 했다. 불장난을 좋아하는 아들내미는 신나게 불장난을 하고도 잠자리에 오줌을 싸지는 않았다.




둘째날 아침상 차림. 햇반, 김, 참치캔, 즉석북어국, 즉석미트볼 등으로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혼자 왔었다면 덜 신경써도 되는 부분인데, 먹는 것이 까다로운 아들내미를 모시고 온 탓에 계란까지 가져와서 캠핑에서 처음으로 계란 후라이도 만들어보았다.



둘째날 오후에는 점심을 먹고, 양평곤충박물관으로 출발했다. 메릴리캠프에서 양평곤충박물관으로 가려면 산을 타고 넘어 가야하는데, 이 길이 그야말로 본인이 좋아하는 꼬부랑 길이 아닌가? 신나게 와인딩을 즐기면서 박물관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날씨도 좋고 경치도 무척 좋았다.




여기서부터는 아들내미가 찍은 사진.







아들내미야... 넌 사진 작가는 무리일 것 같다. ㅋㅋ



이번이 두번째 방문인 양평곤충박물관은 규모가 작은편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들려볼 가치는 있다. 이렇게 큰 애벌레를 어디서 만져볼 수 있겠는가?



자빠져서 못일어나는 녀석. 엄청나게 발버둥 쳤다.



먹느라 그 자세로 얼음이 되어버린 놈들. 처음부터 올때까지 저 자세였다.



아들내미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구석에 짱박힌 아이. 넌 왜 거기 있니?



두번째 방문한 메릴리캠프는 여전히 관리 상태가 좋았다. 금방 지저분해지는 취사대나 화장실은 수시로 청소를 하는듯 상태가 괜찮았고, 샤워실의 경우는 이전에 누가 썼는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첫날에는 상태가 좋았고 둘째날에는 지저분한 편이었다. 전체적으로 캠핑장 규모가 작고 캠핑 구역이 정해져있다보니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각각의 캠핑 사이트에 차량을 세울수 있는 것은 좋은데 옆 사이트와의 간격에 여유가 없다보니 차량이 세워진 바로 옆에서 텐트나 타프를 설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차량 바로 옆에서 설치하다가 실수로 폴대라도 넘어지는 날에는 다른 사람의 차량에 기스가 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개의치 않고 세워진 차량 옆에 바짝 붙어서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내차도 아닌데 신경이 곤두섰다. 그리고 캠핑장 맞은편 집에서 꽤나 많은 개를 기르고 있는 것 같은데, 한밤중에 개들이 시끄럽게 짖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때문에 클레임이 없는지 개 짖는 소리가 금방 그치지 않는 점도 아쉬었다. (5개월 전에는 이런 것이 없었던 것 같음) 

내가 풀꽃나라 반디캠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이트 구축을 하는데 경계선이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연속에 푹 파묻혀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그야말로 불편함이 미덕인 캠핑장) 그러면에서 메릴리캠프는 좋은 캠핑장이긴하지만 최고라고 하긴 힘들것 같다. 그래도 친절한 주인장님과 관리가 잘되는 시설 때문에라도 앞으로도 1년에 한두번은 꼭 방문할 캠핑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