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7. 19:25ㆍ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최근 3년 동안은 캠핑을 즐기느라 상대적으로 소홀해서 그렇지만, 본인은 원래 여행을 다닐 때 제일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숙박"이다. 그래서 어디를 놀러가든 어디에서 묵느냐는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고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여행을 갈 때에는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고 느낄 수 있느냐도 중요한 고려대상이기는 하지만, 좋은 숙소가 있는지 여부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다. 첫째를 출산하기 전에 집사람과 2000년 9월식 진주색 EF소나타를 몰고 전국 곳곳을 여행다닐 때도 그랬다. 그때 여행코스 중 하나는 서울->강릉->울산->부산->서울로 이어지는 코스였는데, 특급호텔이 없는 강릉에서만 어쩔수없이 관광호텔에서 묵었을뿐, 울산과 부산에서는 당연하게도 롯데호텔을 이용하였다. 그것이 벌써 13~14년전 이야기인데 이번에 다시 찾은 부산 롯데호텔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성수기 특급호텔을 이용할 때에는 최저가 호텔 예약 사이트보다는 호텔 자체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상품을 이용하는것이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다. 이번에 이용한 것은 7월 12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하는 "Cool Cool Summer" 패키지 상품 중에서 "Cool Shower(핫피크)"였다.
열심히 입시 준비 중인 딸내미는 버리고 아들내미만 데리고 여행을 왔기에 "디럭스 패밀리 룸"이 적합했다. 초등학교 1학년임에도 아직도 엄마품을 벗어나지 못한 젖돌이 아들내미가 당당하게 싱글베드에서 혼자서 자겠다고 선언을 할 만큼 침대와 침구는 최고였다. 게다가 유선 네트워크 케이블과 빵빵한 무선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것도 아주 훌륭했다.
첫날 저녁은 바로옆에 있는 롯데호텔 지하의 식당가를 이용했다. 본인은 집사람과 아들내미가 남긴 음식만 조금 먹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피자가 아닌가. 크기도 크고 도우와 토핑 맛이 적절했다. 물론 진짜 미국 피자와는 여러모로 다르겠지만 본인은 이정도면 충분히 만족한다. 베이컨 체다치즈 피자와 포테이토 피자를 반반씩 섞은 것으로 한조각의 크기가 엄청나다.
체크인을 하면서 받은 6장의 조식 구폰과 3장의 김해 롯데 워터파크 종일이용권, 4장의 롯데시네마 이용권이다. 패키지 상품이라 제공된 것인데, 처음에는 2일 연속 워터파크를 가는 것은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일단 롯데시네마 이용권으로 바꿨던 것이다. 하지만, 아들내미가 하루 갔다온 다음에도 다음날에도 가겠다고 하는바람에 다시 워터파크 입장권 3장으로 교환했다. 나중에 롯데워터파크 입장권 가격을 알아보니 종일권은 성인 1명당 7만원이 넘는 것이 아닌가? 물론 단체권이기때문에 훨씬 저렴하겠지만 액면가로 놓고보면 워터파크 입장권 3장 가격이 1일 숙박비의 절반 정도나 되는셈이다. 조식권도 액면가는 3인 쿠폰이 7~8만원이나 하니 숙박비가 제일 싼 셈인건가? 아무튼 이번 패키지도 웬지 많은 이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구성이라 나쁘지 않았다. 아참, 1박마다 엘리자베스아덴의 썬스틱도 1개씩 줬구나.
개인적으로 특급호텔의 "조식"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어떤면에서는 이 "조식"을 먹기위해서 특급호텔에서 자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조식 쿠폰을 내밀고 레스토랑에 입장하면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다. 그리고, 평범한 오렌지쥬스임에도 특급호텔에서 조식을 즐기면서 마시는 오렌지쥬스는 웬지 더욱 맛이 좋다. 베이컨과 소시지, 스크램블, 야채와 치즈 그리고 계속 리필해주는 커피. 대단할 것 없는 메뉴와 맛이지만 좋은 침대에서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맞이하는 호텔의 조식은 내게는 특별한 아침식사이다.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도 관심 없을 뿐더러, 외국인들은 가볍게 먹는데 그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소 뷔페에 가면 하는 것처럼 아침부터 엄청나게 먹어댄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난 외쿡인이 아니다. 그날의 여행을 즐기는데 필요한 만큼 충분히 맛있는 음식과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좋다. 게다가 이번 여행은 아침부터 워터파크에 쳐들어가서 체력소모가 심하게 놀아야했기 때문에 충분히 먹어두는 것도 중요했다.
좋은 야채를 한접시 듬뿍 담아서 드레싱 따위는 뿌리지 않고 그냥 우적우적 씹는 것 또한 내가 좋아하는 식사이다.
와인 없이 치즈만 먹고 있자니 와인이 아쉬었지만, 아침부터 술을 마시기는 부담스러워 열심히 먹었다. 고르곤졸라 치즈의 쿰쿰한 맛이라니! 오오... 또 먹고 싶다.
마무리는 달달한 치즈케익 두조각. 난 고상한 사람이 아니다. 한조각으로 마무리하기에는 뭔가 아쉬어 두조각을 먹었다.
객실에서 바라 본 부산 시내 전경 (서면) 롯데호텔이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썩 좋은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근처에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나 편의점이 많은 것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좋은 것은 롯데백화점이 바로 연결되어있다는 점일 것이다. 호텔과 백화점이 붙어있는 관계로 주차장 이용이 불편할 수 있는데, 호텔 투숙객의 경우에는 사전에 충분ㅁ한 안내를 통해서 전용 주차 공간을 배정해주는 꼼꼼함도 마음에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의외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는 김해 롯데 워터파크의 입구 모습이다. 성수기인탓에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규모가 큰 까닭에 아주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밥먹을 때 빼고) 게다가 근처에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도 있어서 첫날에는 셔틀버스가 오기전까지 간단한 쇼핑을 할수도 있었다. 집사람에 따르면 파주에 있는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에 비해서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고 한다.
우리 가족 모두가 2일동안 지겹도록 놀았으면서도 질리지 않고 재미있게 놀 수 있었던 인공 파도 풀. 엄청난 사이즈의 파도가 만들어져서 저어어어어쪽에서부터 다가오는데, 그것을 바라보면서 소리 지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들내미는 겁이 많다보니 끝자락에서만 놀았지만, 집사람과 본인은 교대로 중간과 앞쪽으로 가서 놀았다. 개인적으로는 보기보다 썰렁한 앞쪽보다는 파도의 파괴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중간쯤이 제일 재미있는듯하다. 많은 인파에 치이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가 그런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였다.
사진으로 찍지는 못했지만, 인공 파도 풀보다 우리 아들내미가 더 좋아한 것은 워터파크 전체를 한바퀴 도는 인공 강이었다. 깊이가 깊이 않으면서 일정하게 흘러가다보니 아들내미-집사람-본인 순으로 기차놀이를 하면서 한번에 2~3차례씩 수도 없이 돌았다.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서 주변의 다른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나아가질 못하거나 물을 먹기 일쑤더니, 2일째 끝낼 무렵에는 제법 익숙하게 이리저리 빠져나가면서 즐기게 되었다. 나름 체력소모가 되는 놀이였지만, 이또한 2일 내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2일째에는 조식을 일찍 먹고, 짐정리를 한다음 8시쯤 체크아웃을 하고 워터파크로 차를 몰고 갔다. 워터파크에서 오후 3시쯤 정리를 하고 집을 향해서 출발했는데, 집까지 약 5시간 정도가 걸렸다. 2일 내내 워터파크에서 논 탓에 장거리에 취약한 아들내미가 잠을 자서 큰 무리 없이 올라올 수 있었다. 서울-부산 왕복에는 나름 단련이 되어 있는 탓에 몸이 피곤한 편이었어도 조금만 쉬고도 어렵지 않게 장거리를 주행했다. 그런데 세사람에 짐까지 실었는데도 혼자 다닐때보다 연비가 좋게 나왔다. 김해에서 출발해서 360km 정도 올때까지는 리터당 15.626km가 나왔고, 이후 50km 구간이 정체 구간이라 연비가 조금 떨어졌는데도 리터당 15.384km가 나왔다. 부산으로 내려갈때 조금 밟는 통에 전체 연비는 리터당 12.65km 정도를 기록했지만 한번 주유로 890km를 주행하는 것쯤은 이제는 놀라운 일도 아니다. 연비가 좋은 디젤 엔진 뿐만 아니라 가솔린 엔진으로도 이정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국산차 메이커들도 배워야 한다. 오피러스 가지고 한번 주유로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할 뿐더러, 다른 국산 차 중에서 이것이 가능한 차가 있는지 모르겠다. 대부분 연비가 안좋을 뿐만 아니라, 연비도 안좋은게 연료통도 작기 때문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성수기에 휴가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역시 여행은 "특급호텔"을 이용해야 제맛이다. 한가지 아쉬운점이라면, 싼 입맛을 아들내미 덕분(!?)에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저녁 코스를 먹어보지 못하고 왔다는 것이다. 우리가 와인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것은 13~14년 전에 부산 롯데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무똥까떼" 화이트를 같이 마셨던 경험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 촌스러운 우리 부부는 무똥까떼 화이트를 너무나도 맛있게 마셔버려서 식사를 채 끝내기도 전에 와인을 다 마셔버렸을 정도였다. 이후 서울에 올라와서 "무똥까떼"를 주류전문점에서 찾아 마셨고, 그 때부터 우리는 다양한 와인을 마셔보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당시의 추억을 기억하면서 멋진 음식과 무똥까떼 화이트를 마실 생각이었는데... 싸구려(!!) 입맛의 아들내미가 반대하는 바람에 둘째날 저녁은 컵라면과 맥주로 만족해야 했다. 당신은 아는가... 특급호텔 방에서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는 그 기분을...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