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음식 이야기 - 크리스마스 이브의 "그란구스또"

2012. 12. 27. 12:00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지금으로부터 약 7~8년전, 강남역에 있는 레스토랑에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을 예약했었다. 그날 저녁 테헤란로를 따라 약 4~5km되는 거리는 이동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려서 예약시간보다 늦어서 열이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뻘짓을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다시 하고 말았다. 불과 4km 남짓하는 거리 (강남역->대치동)를 이동하는데 1시간 넘게 걸리다 보니 예약 시간도 늦고 그렇지 않아도 높은 혈압 수치가 하늘을 뚫을 정도였다. 네이버 지도는 18분이면 도착 가능하다는 말도 안되는 예상 시간을 내놓았는데 그것만 믿은 본인의 실수였다. (차라리 차를 놓고 전철로 이동했으면 그나마 늦지라도 않았을텐데)


덕분에 가면서 기분 잡치고 뒤늦게 도착해서 서둘러 식사를 해야하는 짜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다행히 자리는 평소 자주 이용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이브라 어떤 레스토랑이든 피크라는 것은 잘알고 있어서 충분히 감안은 할 수 있음에도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의 "그란구스또"에서의 저녁 식사는 아쉬운 감이 있었다. 물론 음식 맛은 훌륭했다! 하지만, 1인당 8만원(VAT별도)을 지불하면서 즐기는 식사가 맛이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굳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을 지적하자면 다음과 같다.

예약시간이 7시였는데 7시 50분쯤 도착을 했다. 예약 확인을 할 때 본인이 "원래는 7시에 예약을 했는데.."라고 운을 띄우자 "원래가 아니라 7시죠"라고 냉정하게 못을 박는 답변을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아도 막히는 길 때문에 늦어서 열받았는데, 빈정이 상하게 되는 대응이었다. 이왕이면 좀더 좋은 말로 답변을 해주었다면, 늦어서 급한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을텐데 결국 식사 내내 시간에 쫒기듯 식사를 해야하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두번째, 차가운 전체 요리를 먹은 다음, 그릇을 치울 때 사용한 포크와 나이프는 도로 내려놓는 것이 아닌가? 그것으로 따뜻한 전체 요리도 먹으라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그란구스또에 와서 그렇게 했던 경우가 없었던 것 같고, 사용한 포크와 나이프를 그대로 도로 내려 놓는 것도 처음 본 시츄에이션이라 새것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세번째, 두 사람 분의 디저트를 한 접시에 담아서 내주는 것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날이 날인만큼 효율성을 위해서 이렇게 한다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가게 매출 극대화도 좋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겉으로 드러낼 필요는 없는 곳일텐데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고는 해도... 앞으로는 반드시 크리스마스 이브를 제외한 날에만 예약해서 즐길 생각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다시 한번 다음과 같은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관행을 깰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어디가 되었든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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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에 제공되는 빵 (일부러 한번 더 달라고 해보았는데, 가능한지 알아보겠다며 가서는 각각 1조각씩 더 가져왔음. 덕분에 내가 다 안심을 했음 ^_^;;;)


한병을 주문하기는 애매하고 (본인은 운전하느라 거의 마시지 못하니) 해서 2잔 주문한 화이트 와인. 집사람이 좋아하는 모스카토다스티가 아니어서 다행(!?)이었음. (글라스당 12,000원)


Cold Antipasti

1. 오이로 감싼 랍스타 샐러드


2. 그라블락스 <딜(향신료)에 절인 연어>


3. 호두클램블과 브리오슈 빵 위에 망고 젤리를 곁들인 푸아그라 테린


Hot Antipasti

1. 새우, 브로컬리, 리코타 치즈로 속을 채운 크레페


2. 미트볼과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표고버섯 구이 <한우암소>


3. 감자 매쉬와 렌틸 콩을 곁들인 염장대구 필로


Zuppa

새우와 가리비 관자로 맛을 낸 라비올리 & 비스크 크림스프

(맛있었으나 아이폰 카메라로 찍은 직후 리부팅이 되는 바람에 사진을 날렸음)


Pasta

1. 제주 생 고등어와 대파를 곁들인 올리브오일 스파게티 (본인 선택) -> 역시 맛 좋음


2. 양송이로 맛을 낸 크림 소스 라자냐 (집사람 선택) -> 맛을 못봤음


Pesce e Carne

버터소스의 랍스타와 오렌지 그레이징 소스를 곁들인 닭가슴살, 돼지 삼겹살

(삼겹살은 신선한 소재였지만, 맛은... 메인 요리의 구성에 있어서 다소 아쉬움이 있음)


Dolce

초코무스와 판나코타 레이어 케이크 & 딸기 샴페인 샤벳

(2인 디저트를 한 접시에 내주는 것이 일반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생전 처음 봤음)


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