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3. 00:30ㆍ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지난주 퇴근길에 결혼식 예정인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다. 원래 웨딩카를 맡기려던 쪽에 문제가 생겨서 급하지만 본인의 차를 웨딩카로 썼으면 한다는 전화였다. 이전에도 몇번 웨딩카 경험이 있는터라 흔쾌히 수락을 했는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몇달간 제대로 세차를 하지 못한 본인의 차 상태였다. 급하게 결혼식장 근처인 일산 업체들을 수배했고, 그 중에서 시간이 맞는 것은 "모토모토"라는 업체여서 토요일 오전 10시에 예약을 해두었다.
토요일 오전 9시에 딸내미를 홍대앞 미술학원에 내려주고, 곧바로 "모토모토"로 이동을 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서 9시 30분 조금 넘어서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침일찍부터 업체 사장님과 직원분이 친절하게 맞아주시고, 오너의 취향에 따라서 다양하게 옵션을 주어 세차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아파트 단지 옆에 있다보니 월세차를 하는 경우도 많은 듯했다. 이날은 기본 세차+왁스+타르제거를 제안하셨는데, 타르 제거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제거해도 되니 우선 세차+왁스를 주문하였다. 기본 세차는 3만원, 일본제 왁스를 사용하는 왁스 작업은 5만원이었다.
차를 맡겨두고 근처 커피샵에서 노트북으로 일이나 하면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문제는 아파트 단지 상가만 있는 지역이라 토요일 아침에 열려있는 커피샵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왕복 8차선이 넘는 큰길인데도 신호등도 안보고 쌩쌩 지나다니는 꼴이라니. 날씨도 추운데 30분 정도를 열려있는 커피샵을 찾아다니다가 겨우겨우 "할리스 커피"를 찾아 들어갔다. 내 인생에서 "할리스 커피"가 이렇게도 반가운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할리스 커피에서 몸을 녹이면서 일 좀 하고 있으니, 11시 40분쯤에 작업이 완료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던 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시 업체를 찾아가니, 얼핏 보면 새차를 출고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나름 작업이 잘된 것 같았다.
하부에 붙어있는 타르는 나중에 제거하면 되는데, 크롬 몰딩 부분은 별도의 작업을 해야하는데 사전에 미처 이야기가 되지 않아서 옥에 티로 남게 되었다. 차라리 타르 제거보다는 크롬 몰딩 부분에 대한 크리닝 작업 (2만원 별도)를 제안해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항상 세차를 맡기고 나면 아쉬운 부분들이 발견되는데, 이번에도 휠 쪽에 제대로 닦이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는 것(원래 E300 엘레강스 휠이 세차하기에 까다로운 모양으로 되어있기는 하다)이나 실내의 경우 시트 쪽 마무리가 아쉬었다. 그래도, 꽤나 더러웠던 차를 나름 깨끗하게 작업을 해주셔서 현금으로 결재를 하고 결혼식장으로 출발했다.
간만에 웨딩카로 분장(!?)하고, 신혼부부를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친구들이 인생의 반려자와 함께 하는 여행의 짧지만 중요한 첫번째 여정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겨주어 고마울 따름이고, 아무쪼록 오랫동안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기를 기원하며 맡겨진 역할을 수행했다. 평소 최신 가요를 잘 듣지 않는터라, 클래식 음악은 승객들의 클레임을 유발하였고, 대신 버스커버스커 1집 음반을 듣고 가야했던 것이 이번 웨딩카 수행 중의 아쉬운 점이었다. 다음엔(!?) 승객들의 취향을 고려한 음악도 미리 준비하는 센스가 필요할 듯!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