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2. 19:30ㆍ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SLK 시승 후에 상당한 실망감을 느낀터라, 내가 원하는 성능과 스타일의 로드스터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장인어른의 골프 차량 때문에 서초 폭스바겐 매장을 왔다갔다하는 길에, BMW 서초 매장에도 Z4 시승을 위해서 오랜만에 들렀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독일차들의 전시장에 들르면 늘 기분이 좋다. 똑같은 차를 사는 것인데도 국산차 전시장에 들어가면 (특히 현대/기아) 내방한 고객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나 말고도 차를 살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도 형식적으로 응대하는 태도나 서비스 때문에 더이상 국산차 전시장에는 발도 들여놓지 않는다. 앞으로는 국산차를 살 계획이 더이상 없기도 하지만, 나 역시 너희들 차 말고 살 차는 널리고 널렸으니까 말이다.
2층에 전시되어 있는 검은색 Z4를 이리 저리 꼼꼼히 살펴보니, 역시 스타일 하나는 멋지게 빠졌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차고는 SLK 보다는 낮지만 포르쉐 차량 보다는 약간 높은 듯했다. 실내는 SLK에 비해서 상당히 심플하고 단순한 인테리어였는데, 다행히 본인은 그런 부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솔직히 포르쉐 차량들의 인테리어도 그렇게 대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남자의 로망인 빨간색 차량은 들여오지 않기 때문에 많이 타는 흰색이나 검은색 정도밖에 선택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인디오더가 가능하지만 취소 리스크 때문에 권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한 2주 정도 후에 차량 수배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고 적당한 시간에 시승 예약을 했다. 딜러분이 일부러 차량을 몰고와주신데다가 충분한 시승 시간을 확보해주신 덕분에 충분히 시승을 해볼 수 있는 코스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해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탑을 닫은 상태에서 어느 정도 주행을 해보았는데, SLK와 달리 엑셀을 밟을 때마다 들리는 엔진 소리와 정차 중에 들려오는 엔진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이런 로드스터를 타면서 일본차처럼 조용한 것을 굳이 원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재미로 타는 차가 이 정도의 엔진소리는 들려줘야 제맛 아니겠는가. 물론 911처럼 울부짓는 듯한 엔진소리라면 더욱 좋겠지만 Z4읜 엔진소리 정도면 과하지 않고 충분한 것 같다.
막히는 길을 벗어나서 비로소 제대로 달려볼 수 있는 길에 들어서기 직전에 하드톱을 열었다. 박스터나 SLK는 탑을 오픈하더라도 그다지 "개방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Z4는 확연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날씨도 좋아서 탑을 오픈하고 마음껏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었다. 탑승자를 위해 공기 흐름을 조절해주는 장비가 되어있는 벤츠에 비해 Z4는 머리가 휘날리는 부분은 감안하고 타야할 듯하다. (딜러분은 오픈 에어링으로 머리가 망가질 것을 대비해서 머리에 아무것도 안바르고 오시는 센스를 발휘해주셨다. 이런 센스쟁이~)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패들쉬프트 레버로만 변속이 된다고 해서 익숙하지 않은 솜씨로 패들쉬프트를 이용한 변속을 하면서 마음껏 달리면서 Z4의 주행 성능을 테스트해보았다. 원래 BMW가 벤츠에 비해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메이커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운전하는 재미는 SLK에 비하면 Z4가 훨씬 좋았다. 박스터를 시승할 때처럼 "재미있다"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드라이빙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본인 뿐만 아니라 같이 동승한 딜러분도 모처럼의 오픈에어링을 마음껏 즐겼고, 스트레스 따위는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스포츠모드와 컴포트모드가 확연히 차이가 있었는데, 컴포트모드로 주행하는 것도 충분히 좋았다. 다만 자연흡기 5,000cc를 초과하는 SLK 55 AMG의 가속에 비하면 3000cc 300마력대의 Z4나 박스터s의 가속감은 다소 쳐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방/후방 감지 센서가 벤츠 차량이나 폭스바겐의 페이튼 처럼 상시로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골프처럼 버튼을 누르면 전방/후방 감지 모드로 바뀌면서 감지가 된다는 점이었다. 이런 스타일의 감지 방식을 골프에서 처음 본 터라, 싸구려 차량이라 그런 것인가 했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방식인듯 하다. 그리고 급격한 유턴을 할 때 벤츠보다 약간은 불안정했고, 급격한 주행 중에 약간 휘청거림이 느껴졌지만 그 이외에는 이렇다할 문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번 Z4 시승을 하고 나니 그 동안 비교 시승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외장 디자인 : 911(아름다움) >>> Z4 (새끈함) > SLK (나름스타일좋음) > 박스터(다소밋밋함)
엔진 사운드 : 911(미친존재감) >>>>>>>>>> Z4(적절한소음) > 박스터(기대보다조용) > SLK(아주조용)
승차감 (로드스터 기준) : 911 > 박스터(하드) > Z4(적당히하드) > SLK(안락)
핸들링 (로드스터 기준) : 911(극초민감) > 박스터(민감) > Z4(적당히민감) > SLK(...)
가속감 : 911(스펙대비,체감속도짱!) > SLK(빠르지만,무미건조한가속) > 박스터 = Z4(다소쳐지지만,즐거운가속)
코너링 : 911 = 박스터(신의경지) >>>>>>>> SLK(안정적) > Z4(다소휘청)
개방감 : Z4 >> 박스터 = SLK
하드탑 : Z4 = SLK >>>>> 박스터(소프트탑)
브레이킹 : 911 = 박스터(전혀쏠림없음) >>>>> Z4 > SLK(약간밀림)
가성비 : 911(비싸지만최고임,돈이안아까움) >>>>>>>>> Z4(비교적저렴하고잘달림) > 박스터(가격이상의로드스터) >> SLK(가격에딱맞는로드스터)
시승 전, 나의 로드스터 예상 순위 : SLK > 박스터 >>>>> Z4
시승 후, 나의 로드스터 기준 적합도 : Z4 > 박스터 >>>>>> SLK
이로써 본인의 주말용 오픈탑 경량 로드스터의 1순위 후보로는 현재까지 BMW Z4 sDrive35is가 등극하였다.
박스터를 살 바에는 차라리 데일리 스포츠카로 "911"을 구매하는 게 낫다는 것이, 박스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 같다. Z4만 가지고도 충분히 즐길수 있는 로드스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가 우월한 Z4에 좀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확인 사살을 위해 "미니 로드스터"의 시승을 예약해놓은 상태이다. 과연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미니 로드스터는 "Z4"의 뒤통수를 칠 수 있을 것인가! 반전이 기대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