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9. 13:34ㆍ기타/까칠한 나숑의 이야기
애마의 서류 처리 문제로 지난주 부산출장은 장인어른의 골프를 몰고 가게 되었다. 골프를 몰고 장거리 주행을 해본적이 없고, 집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장거리 주행에 불편하다고 하여 솔직히 다소 걱정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오피러스를 몰고 왕복했던 때보다 훨씬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참고로 우리 아이들이나 어르신분들께서는 오피러스의 뒷자리를 무척 좋아한다. 이클래스나 골프의 뒷좌석은 좁을 뿐만 아니라 서스펜션이 하드해서 승차감이 딱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피러스는 물렁물렁 출렁출렁해서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본인도 술이 떡이 되어서 대리기사를 불러서 집에 올때에만 예외적으로 이클래스의 뒷좌석의 딱딱한 승차감을 저주하기는 한다) 하지만, 장거리 주행 시에 이러한 물렁물렁 출렁출렁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이클래스나 골프처럼 하드한 승차감이 오히려 장거리 주행시에는 덜 피로감을 느낀다. 그래서 내려갈 때는 1~2회, 올라올때는 1회만 휴게소를 가도 되는데, 오피러스를 몰고가면 100km마다 엉덩이가 아파오면서 매번 휴게소에 가서 쉬고 싶게 된다.
게다가 고속 안정성이나 추월을 위한 가속성이 좋기 때문에 장거리 고속도로 주행 시에 불편할 이유가 없다. 환상적인 연비에 성능도 괜찮으니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아직도 여전히 "골프"를 "외제차는 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겨우 타는 싸구려 브랜드의 값비싼 소형차"쯤으로 매도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그러면서 지적하는 것이 비싼 수리비나 정비비용, 사이즈에 비해 비싼 가격, 싸구려 티나는 내장재와 빈약한 옵션, 비좁은 뒷좌석 등이다. 우선 비용이 적든 많든 수리비나 정비비, 보험료, 유류비, 세금 등을 비롯한 자동차를 소유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이 든다면 애초에 자동차를 소유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자동차를 이용하여 수익을 창출시키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철저하게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값비싼 소비재"이면서 동시에 "지속적인 유지비를 발생시키는 사치재"이기 때문이다.즉, 자동차를 구입한다는 것은 "사치"를 부리는 행동이기 때문에 싼 차를 사든 비싼 차를 사든 똑같은 거다. 싼 것 샀다고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게 아니다.
게다가 악명 높은 폭스바겐 서비스센터의 서비스를 받아보니 오랫동안 이용한 현대/기아차의 서비스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판단된다. 정비 예약이 2주 걸리는 것이 불만인것은 애초에 어떤 서비스든 예약을 하고 이용해본 경험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괜찮다는 벤츠도 서비스 예약 시에 2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한달 전에 예약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럼 이것도 해당 레스토랑의 서비스 문제인가? 또한, 일반적인 정비 서비스가 예약제이긴하지만 급한 문제가 생기면 입고시켜서 정비 스케쥴이 되는대로 정비/수리해주는 것도 다를바 없다. (이번에 이클래스 때문에 타지에서 경험해보았다)
그리고, 제네시스가 IIHS의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처럼, 골프 역시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것은 알고들 있는지? (물론 이번 스몰오버랩 테스트는 신형인 7세대 골프로 진행한 듯하다)
http://www.iihs.org/iihs/ratings/vehicle/v/volkswagen/golf
참고로 역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기는 하지만 이클래스로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http://www.iihs.org/iihs/ratings/vehicle/v/mercedes/e-class-4-door-sedan
개인적으로 이클래스나 골프를 몰면서 느꼈던 "단단함"이 그저 플라시보 효과는 아니었음은 증명이 된 셈이다.
제네시스처럼 안전하다고 공인된 차량이, 연비도 좋고 고속 안정성도 좋다면 더이상 무얼 바라겠는가?
그러니 제발 뒷좌석이 좁다고, 옵션이 빈약하고 직물시트이기 때문에 "골프"를 선택하는 것이 마치 허세에 쩌는 행동이라고 매도하지 마라. 현명한 소비란 자신이 중요시 하는 것에 맞는 제품을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한 다음, 자신에게 이익이 될 수 있게 잘 활용하는 것이다. 무조건 싸고 크고 좋아보이는 것을 사는 것이 현명한 소비가 아니다. (물론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책정된 가격이 가치에 비해 비싸다고 생각되면 자신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가격의 제품을 사서 쓰면되지, 이미 그 제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비판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이는 그저 못난 열등감을 표출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부산으로 내려갈 때의 연비는 리터당 20.40km. 골프라면 당연히 이 정도는 쉽게 나와야지 하는 수준이다. 물론 발가락 신공을 펼치면 고속도로에서 리터당 30km대까지 다닐 수 있다고하는데, 간신히(!!) 한번주유로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이클래스가 아니기 때문에 연비는 신경쓰지 않고 달린 결과다. 420km를 달렸는데 연료 게이지는 1/3도 안닳았다는 것이 놀라울뿐.
올라올때 연비는 트립 컴퓨터상 리터당 22.22km. 더 놀라운것은 927km를 주행하고 난 다음인데, 연료 게이지가 2칸 반쯤 남았다는 것이다. 느낌상 최소 100~150km는 더 주행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속도로 주행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주유로 1000km 이상을 주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는 것이다. 정말 궁금한데, 국산차 중에 한번 주유로 1000km 이상을 부담없이 달릴 수 있던 차가 있던가? 내가 지금껏 경험한 국산차 3종 소형(리오SF8년), 중형(EF소나타8년), 대형차(오피러스7년) 중에는 없었다.
서울-부산 왕복 927.3km 주유 후에 만땅 주유를 한 금액은 겨우(!!) 67,000원이다. 경유라서 기름값이 싸다고 하더라도 겨우 43.848리터를 가지고 927.3km를 주행한 셈이다. (E200 CGI는 905km 주행에 66.5리터 소비) 연비주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800km 고속주행 + 120km 시내 주행한 평균 연비가 리터당 21.14km인 것이다. 톨게이트 비용 5만원 정도를 더한다고 해도 서울-부산 왕복 교통비에 5일간 출퇴근 교통비를 감안한다면 12만원도 안되는 교통비는 너무 저렴한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비슷하게 나올 수 있겠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편하고 시간 낭비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본인 입장에서는 더이상 바랄나위없다. 그래도 5일간 출장을 위한 짐들을 바리바리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고 우긴다면 굳이 상대하고 싶지 않다. 그럼 계속 그렇게 사시던가.
추가로 이번 출장 갔을 때, 저녁에 먹은 비빔 밀면(곱배기!)과 수육백반 사진을 올린다. 이 두곳은 겉모습에서 느껴지는 허름함에 비해 서비스나 맛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것을 가면 갈수록 느낀다. 서울에도 이런 맛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좋겠지만... 부산에 갔을때는 무조건 밀면과 돼지국밥을 찾아 먹으니 이 정도로도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