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5. 23:12ㆍ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지프 레니게이드 시승을 위해 간만에 신사동에 방문한 만큼, 그 동안 가보려고 했던 "그라노"에 점심을 예약했다. 내가 애용하는 레스토랑들은 11시 30분부터 점심 예약이 가능했는데, 그라노는 12시부터 가능하단다. 그래서 애매한 시간 동안은 집사람과 평일 가로수길을 산책하면서 아이쇼핑을 하다가, 식사 시간에 맞춰서 찾아갔다. 도산사거리 근처에 위치해있어서 쉽게 찾아갔지만, 뒷골목쪽이라 차를 몰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약간 신경 쓰이는 편이다. 날씨가 좋아서 모든 창문을 열어서 개방감을 느끼게 해준 것은 감사하지만, 자동차들이 바로 앞을 지나가면서 매연을 뿜는 상황에서 식사를 하게 되니 일단 문제가 있다. 푸드트럭에서 매연에 찌든 오뎅을 집어먹는 것과 다를바가 없으니 말이다. 따라서 감점 1점부터 먹고 들어간다.
생각보다 저렴한(!?) 런치 세트를 주문할까 하다가 단품 요리 세가지를 주문했다. 건다운님 블로그에 올려져 있던 음식들은 몇년전 것들이라 대부분 주문이 안되었고, 유일하게 피자만 비슷한 것을 주문했다. 당시에 비해 가격은 두배쯤 오른듯. ㅎㄷㄷ
주문을 하고나니 원래대로 짜게 요리를 할 것인지, 덜 짜게 요리를 할 것인지 묻는다. 아마도 그동안 짜다고 뭐라는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당연히 우리는 원래대로 짜게 요리해달라고 했다. 이런 "정통" 레스토랑을 찾는 이유가 가급적 현지화되지 않은 오리지널에 가까운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이니까. 그런데 주문을 하려고 하니 신입인지 알바인지 모르는 서버가 자신은 잘 모르니 잘아는 분을 데려오겠단다. 얼마간을 기다린다음에야 주문을 할 수 있었는데, 이것으로 또다시 감점 1점. 이런 레스토랑은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서버의 역량도 중요하다. 모르는게 자랑이냐.
바로 옆좌석은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서 떠드는 통에 시끄럽고 분위기를 깼지만, 강남에 조금 괜찮다 싶은 레스토랑의 점심때 모습은 어딜가나 비슷하니 굳이 감점 요인은 아니다. 하지만, 눈쌀 찌뿌려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듯. 그리고 듣고 싶지 않은 그네들의 무미건조하고 한심한 이야기 내용을 듣게 되는 것도 짜증나는 일이다.
첫번째는 본의 아니게 시켜본 "고기 샐럭드". 정식 이름은 따로 있겠지만... 말그대로 고기가 샐러드에 들어갔다. 고기도 맛있었고, 샐러드도 좋았는데 왠지 엽기적인 기분이 든다.
그다음에 나온 오늘의 메인 요리인 피자~!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남기면 싸가야 하나했지만, 집사람이 이런 음식은 포장해가면 맛이 없단다. 그래서 천천히 다 먹어 치우기로 했다. ㅎㅎ
오우~ 확실히 먹을만 하다. 이런 곳에서 먹는 정통 피자도 맛있만, 패스트푸드 피자도 맛있는 것을 보면 나는 입맛이 고급 취향은 아닌듯. 지난번에 "알렉산더 맨션"에서 먹었던 피자보다는 조금 더 나은듯. 이상하게도 "알렉산더 맨션"의 분위기나 음식은 괜찮기는 한데 우리에게는 좋은 점수를 못받는 듯.
피자와 함께 나온 봉골레 파스타. 조갯살이 실하고 파스타 자체도 괜찮았다.
몹쓸 접사 남발.
주문한 음식 자체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만, 레스토랑이 위치가 주변 여건이 좋은 편은 아니었고, 서비스의 품질이 좋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란구스또"나 "트라토리아 몰토" 처럼 또다시 방문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방향을 꺾어서 들른 "경복궁". 지난 4월에 이사를 한 다음에는 강남에서 집으로 갈때는 반드시 종로를 거쳐야 한다. 그러다보니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이렇게 경복궁을 들를 수 있는 것은 장점에 속한다. 예전에 경복궁 공사가 한창일때 왔던 이후, 처음 온 것이라 경복궁 전체를 둘러보긴 처음이다. 역시나 중국 관광객들이 넘쳐 났고, 앞쪽에서는 공연 준비가 한창이라 시끄러웠다.
모처럼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는 시간이었다.
누구의 말처럼, 바쁘게 사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 같은 세상에서 가끔은 이렇게 여유를 즐기고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행복이 별 것이겠는가.. 이런 것이 행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