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8. 10:07ㆍ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원래 8월에는 일영 근처의 캠핑장을 예약하려 했으나,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2박 3일간 여유롭게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은 가을에 다시 찾으려고 했던 "풀꽃나라 반디캠프"였다.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예약한 팀이 몇 팀되지 않아서 긴장감없이 예약을 했다. 결국 8월 15일부터 2박 3일간 캠핑을 하는 팀은 우리를 포함 4팀밖에 되지 않았다. 그 넓은 캠핑장을 겨우 4팀만 캠핑을 하다니 기뻐해야할지, 단골 캠핑장이 장사가 안되는 것을 걱정해야할지 모르겠다.
캠핑장 체크인 시간이 오후 3시였지만, 차가 많이 막힐 것을 감안하여 오전 9시 조금 넘어서 출발을 하였다. 원래는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이나 들렀다가 점심을 먹고 캠핑장을 가려고 했는데, 애들을 위해서 양평 곤충박물관과 민물고기 생태체험관을 가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금요일에 미술학원에 가야하는 딸내미 때문에 몽산포 캠핑장에서처럼 두대의 차량으로 출발하였다. 본인의 E클래스에는 대부분의 캠핑 장비를 싣고, 집사람의 오피러스에는 음식과 옷가방 등을 싣고 아이들을 태우고 가기로 했다. 집에서 출발해서 캠핑장에 도착할 때까지 집사람이 본인의 뒤를 따라서 이동하는 대장정을 하게 되었다.
외곽순환도로까지는 크게 막힘 없이 갈수 있었으나, 이후 하남시청 근처에서 엄청나게 차량들이 정체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꽉꽉 막혀있는 길을 따라서 팔당대교 쪽으로 가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이 꽤나 들 것 같았다. 그래서 미사대교 쪽으로 크게 돌아서 다시 경강로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약 10km 정도를 돌아가는 것이었지만 예상대로 상대적으로 덜 막히는 길로 올 수 있었던 듯 했다. 예전 같으면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길이었지만, 2시간 정도를 달려서 점심때쯤에 도착한 곳은 "양평 곤충박물관"이었다.
규모에 비해 입장료가 싼 편은 아니었지만, 나름 볼거리와 체험할 꺼리가 있어서 한번쯤 들를만한 곳이었다. 도시 촌놈인 우리 애들은 기겁했지만, 애벌레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것은 괜찮았다.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건너편에 있는 냉면집으로 향했다. 사실 본인은 이런 식당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양평 지역의 괜찮은 음식점을 모를 뿐만 아니라, 일부러 다른 음식점으로 가기에는 지친 상태였다. 면발이 굵은 편인 냉면은 적당하게 먹을만 했지만, 마치 참치 동그랑땡을 먹는 듯한 완자는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느낌이었다.
개당 2000원이라고 하기엔 비싼 느낌의 완자. 비추~
그래도 냉면은 괜찮은 편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민물고기 생태체험관으로 향했다. 무료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규모면에서나 내용면에서나 앞서 들렀던 곤충박물관보다 훨씬 나은 편이었다. 다양한 민물고기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했고, 이런 저런 즐길거리도 있어서 괜찮았다. 실외에는 양식장과 아이들이 직접 물에 들어가 물고기 관찰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이미 한떼의 아이들이 물속에서 물고기를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2시를 넘어가서 슬슬 캠핑장을 향해서 출발하였다.
어딜가나 볼 수 있는 먹고 살겠다는 잉어들의 처절한 모습은 이제 지겹다.
간만에 동시 출격!
푸르른 나뭇잎이 풍성해진 나무들과 적지 않은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캠핑장에 도착하니, 노숙자님께서 맞이해주셨다. 아무 사이트나 마음껏 이용해도 된다고 하셔서 평소 눈독을 들였던 "반디광장"까지 일부러 올라가보았으나 그늘이 없어서 패스~ 하는 수 없이 지난번에 캠핑했던 장소 근처에 자리를 잡으려다가, 노숙자님께서 추천해주신 "은행나무터"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타프를 치기에 적당한 공간과 텐트와 해먹을 설치하기 좋은 공간이 모두 있어서 안성맞춤이었고, 집사람과 딸내미의 소원대로 화장실과 가까운 자리라 다행이었다.
지난 번 캠핑 이후 제대로 말리지 못했던 침낭을 햇볕에 바싹 말렸다.
차량 두대를 나란히 주차해놓고, 타프와 타프용 모기장 설치부터 시작했다. 벌써부터 땀이 비오듯했지만, 캠핑 장비를 모두 세팅하고 마지막으로 텐트까지 치고 나서야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여름에 캠핑을 다닐 때마다 견디기 힘든 더위 때문에 고생하는 집사람을 위해, 큰 마음 먹고 에어서큘레이터 "보네이도 733G"를 구입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들도 있었지만, 무엇이든 좋은 제품을 제가격을 주고 사서 오랫동안 잘쓰는 것이 신조인만큼 원조(!?)라고 하는 보네이도 제품을 구입했다. 이번 캠핑에서는 물론 열대야로 고생하는 요즘에 집안에서 이용해보니, 정말 사기를 잘한 것 같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의 타프에 앉아있는데도, 에어서큘레이터 덕분에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다. 게다가 겨울 캠핑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야말로 일석삼조가 아니겠는가.
이번 캠핑에서 큰 역할을 한 고물짜 스테레오 오디오~!
애들이 싸울까봐 두개씩이나 설치한 해먹. 아래쪽이 어머니께서 태국여행에서 사오신 태국산 해먹이다. 사이즈가 작은 편이라 불편하긴 하다.
아들내미가 텐트에 걸어놓기 위해 일부러 가져온 명판(!?).
지난번에 노숙자님이 캠핑장에서 판매하시는 장작이 괜찮은 것 같아서 이번에는 장작을 미리 준비해서 가져가지 않고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 노숙자님께 장작 한단을 구입했다. 1만원 어치 장작의 양은 적지 않았는데, 여전히 장작불 붙이는 것이 미숙해서인지 불이 계속 잘 붙지 않아서 꽤나 고생을 했다. 지난 장마에 습기를 많이 먹어서인지 연기도 많이 나고 불도 금방 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가지고간 고기 구워 먹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소고기만 가져갔다.) 본인의 불붙이는 솜씨가 부족한 탓인지 장작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다음날 저녁에 사용할 장작을 남겨놓았다.
울창한 나무숲속에 구축한 사이트의 모습. 멋지구나!
시원한 계곡물. 여기에서 이틀내내 오전마다 독서를 즐겼다.
오프로드용으로까지 거침없이 사용되는 두대의 세단.
이번에 읽으려고 가져간 책들. 읽다가 시간이 없어서 못읽었던 레옹과 인스파이어드는 다 읽었다!
둘째날 아침엔 딸내미 미술학원에 데려다주기 위해서, 집사람과 애들이 일찍부터 서둘러 철수를 했다. 고대하던 "쏠캠"의 기회라, 가급적 불필요할 것 같은 장비나 짐을 모두 실어 보낸다고 하긴 했으나 그래도 남아있는 장비가 만만치않게 많았다. 그래도 최근에 구입한 야전침대 덕분에 텐트가 필요치 않았고, CD플레이어가 고장난 딸내미의 스테레오 오디오를 이용하여 라디오를 들으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 둘째날 오전에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릴렉스 체어에 앉아서 독서를 했는데, 더워도 잊고 독서에 열중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오후에는 가져간 노트북으로 최근 마무리 작업 중인 다섯번째 책의 원고 수정 작업을 하였다. 에어서큘레이터 덕분에 땀한방울 흘리지 않고 저녁이 될때까지 원고 보완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왠지 노숙자 모드가 되어버린 사이트.
캠핑장에 와서 일해보긴 처음이다.
첫째날 저녁에는 아이스박스 덕분에 그래도 시원하게 캔맥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라거 맥주를 마셨다. 그러나 둘째날 저녁까지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상온에서 마셔도 괜찮다고 들은 에일 맥주를 둘째날 저녁용으로 사왔다. 그런데 캠핑오기 전에 냉동실에서 얼려놓았던 생수 한통 덕분에 비교적 시원하게 보관이 되어있었다. 얼려왔던 두통 중에 한통은 일부러 보냉제로 사용하기 위해 마셔버리지 않았던 것이 잘한 일이었다. 일본산 진저에일의 맛은 복잡 미묘했으나 쏠캠을 즐기는데 더할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햇볕에 하루 종일 말려둔 덕분인지 남겨놓은 장작들이 첫번째 날에 비해 불이 잘 붙었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 구경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여유로우면서도 왠지 금방 시간이 가버린 둘째날도 저물었다.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면서 야전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세째날 아침, 몸은 피곤했지만 6시경에 절로 눈이 떠져버려서 모닝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정신을 차렸다. 어제 밤늦게까지 맥주와 쏘시지를 먹었기에 아침 식사는 걸르고, 간단하게 세면과 설겆이를 했다. 그리고는 곧장 책과 릴렉스체어를 들고 계곡으로 가서, 오전내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독서를 했다. 반쯤 읽었던 책을 다읽고 나서, 새로운 책을 꺼내들고 해먹에 누웠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간만에 다시 읽다가,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나서 슬슬 홀로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캠핑 장비들이야 하나씩 차례대로 정리하면 되었지만, 부피가 큰 타프와 타프용 모기장이 가장 걱정되었다. 한시간 반 동안 혼자 서 빨빨거리면서 장비를 차량에 싣고 나니 에어서큘레이터와 스테레오 오디오 등의 일부 장비만 남기고 나니 드디어 타프와 모기장을 철거할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어렵지않게 타프와 모기장을 예쁘게 접어서 가방에 넣을 수 있었다. 두사람이서 하면 더 어려웠던 일이 혼자서 차분하게 하니까 더 수월하게 되는 것은 의외였다.
대부분의 장비를 차에 싣고 나서, 샤워를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사이에 토요일 1박2일 캠핑 예약자들이 하나둘 도착해서 조용하던 캠핑장에 활기가 생기는 듯했다. 철수 준비하는 동안 땀을 식혀주는 에어서큘레이터와 무료함을 달래주는 스테레오 오디오가 차에 가장 마지막에 실렸다. 드디어 두시간동안의 철수 작업이 완료되어 귀경길에 올랐다.다행히 예상대로 크게 막히는 구간이 별로 없어서 출발한지 2시간 조금 넘어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에 실린 장비를 꺼내서 집으로 올려놓고 정리하고나니 비로소 일상으로 복귀했다는 것이 실감났다.
모처럼 2박 3일간의 캠핑이었고, 그 중에 1박 2일은 처음으로 나홀로 캠핑을 하게 되었다. 쏠캠을 할 때에는 일반 캠핑 장비로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인 듯하다. 혹시라도 나중에 쏠캠을 계속 즐기게 될 것 같으면, 그때는 부피가 작고 설치 및 철거가 용이한 장비들이 필요할 듯 하다. 간만에 방해 받지 않고 독서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고, 그 넓은 캠핑장을 전세내서 쓰는 느낌도 좋았다. 한여름 대목에도 사람에 치이지 않고 여유롭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이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