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개발자들과의 시차 문제가 있습니다

2023. 1. 10. 12:28스타트업 개발팀 빌더/상담

얼마전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왔고,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부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한국 스타트업에서도 큰 변화가 생긴 부분 중에 하나가 "원격 근무"입니다. 배달의 민족의 이러한 시도는 환영할만한 일이며, 굳이 사무실 출근이 필요없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라면 "원격 근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회사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 실력이 출중한 외국인 개발자들을 스카웃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굳이 한국에만 국한해서 좋은 인재를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직원 입장에서도 굳이 주거 비용이 비싼 서울에 살 필요 없이, 지방 도시에서 편하게 거주하면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기사에 나온대로 외국에서 단기 거주 또는 장기 거주하면서도 문제 없이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좋은 일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2/12/10/RJPEL7HJCJEDZLXEUJR7WALLNU/

 

배달의 민족 완전히 해방됐다, 출퇴근에서

배달의 민족 완전히 해방됐다, 출퇴근에서 기업들 코로나 잦아들어도 원격·재택근무 장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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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 시각으로 ‘오전 10시30분~오후 4시’ 필수 근무 시간"이라는 전제를 단 것은 역시나 한국 기업다운 한계라고 보입니다. 이러한 조건은 자율 출퇴근이 대중화되던 시기부터 나왔던 것으로, 직원들 입장에서도 업무 효율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의 원격 근무시에는 다소 황당한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 한국과 시차가 8시간인 독일에 거주하면서 (서머타임시에는 7시간 차이) 한국 회사들과 협업을 장기간 해왔기에 이 부분에 대한 경험이 많습니다. 한국 시각 오전 10시 30분이라는 것은 독일 시간으로는 오전 2시 30분이며, 뉴욕 시간으로는 저녁 9시 30분이 됩니다. 즉, 유럽에서는 오전 2시 30분에 일어나서 오전 8시까지 필수 근무를 해야하는 것이고 뉴욕에서는 저녁 9시 30분부터 오전 3시까지 필수 근무를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 시간에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알아서 관리할 수 있으니 문제가 없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어쩌다 한두번이야 그렇게 할 수 있다해도 매일 이런 시간대에 일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직원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한국 시각 기준 필수 근무 시간이라는 조건은 시차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아시아 지역에서나 통할만한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간혹 한국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차 때문에 해외 거주자들과의 협업이 힘들것이라고 설레발을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분들은 실제로 그렇게 협업을 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시차" 때문에 협업이 불가능하다면, 애초에 원격 근무 조차 불가능한 조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시간으로 나와 같은 순간에 반드시 같이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면, 번거롭게 원격 근무를 허용하기보다는 사무실 출퇴근을 권장하는 것이 오히려 회사나 직원 서로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길입니다. 지금은 워낙 다양한 협업 도구가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같이 시간대가 아니더라도 굳이 같이 사무실에 없더라도 원활하게 협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습니다. 또한, 사무실 없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이 100% 원격 근무만으로 운영 회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원격 근무자의 업무 배정과 관리, 근무 평가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가진 조직이라면 시차, 장소, 언어 등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글로벌 인재들을 활용하게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인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베트남은 굉장히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과 겨우 2시간의 시차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베트남 시간 오전 9시라면 한국 시간은 오전 11시라 daily 미팅을 진행하기에 적합니다. 또한, 베트남 개발자들은 미국,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많은 회사들과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보니 애자일/스크럼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데 익숙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의 관리자나 개발자들이 제대로된 애자일/스크럼 경험이 없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애자일/스크럼을 제대로 운영하는 조직이라면 시차가 다른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개발자와의 협업은 물론 같은 한국내에 거주하는 또는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개발자들과의 협업 또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따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매일 좋은 개발자 구하기 힘들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정작 같이 협업이 가능한 외국인 개발자들을 신속하게 채용해서 빠르게 아웃풋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시차가 있어서" "애자일/스크럼은 아직 우리 조직에 시기 상조라서" (또는 적용해봤는데 별로라서) 등의 이유를 댄다면 과연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독일 처럼 8시간 이상 시차가 나는 경우는 감안하더라도, 겨우 2시간 밖에 차이나지 않는 시차 때문에 베트남 개발자들과 협업이 어려울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2시간의 시차를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 수많은 장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발자 인력난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한번쯤 진지하게 검토하고 테스트해볼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