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6. 00:30ㆍ기타/까칠한 나숑의 이야기
자동차 자체의 스펙이나 메이커나 브랜드의 수준이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제네시스는 "대형차종"이고 E클래스와 5시리즈는 엄연히 "중형차종"이다. 제 아무리 소나타가 아무리 잘만들어졌다고 해도 S클래스와 비교하는 건 곤란하지 않을까? 이번에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는 역시 새로 출시된 "S클래스"와 비교되어야 마땅하다. (현시점에서 둘다 직접 시승을 못해봤으니 뭐라할 말은 없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와 사용자들의 반응만 봐도 그 차이는 명확하게 갈린다고 본다) 신형 "S클래스"는 구매가능자들의 구매욕구를 너무나도 자극하고 있고, 멀쩡히 잘 타고 있는 차를 처분해버리고 지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부럽지 아니한가!
이전 세대 제네시스가 처음 나왔을 때, 그 럭셔리함에 감동받아서 어떻게 한번 타볼까 엄청나게 고민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써 대형차인 제네시스가 독일산 중형차들과 맞짱을 뜨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불쌍하기 그지 없다. 아쉽게도 당시 본인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제네시스가 감당이 안되어 오피러스를 구입하여 현재까지 7년째 보유하면서 운행을 해보니, 대형차종은 중형차종과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플랫폼 자체가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지금은 제네시스쯤(!?)이야 감당 가능하지만 이젠 더이상 관심도 없는 걸보니,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구형 제네시스와 오피러스를 나란히 주차해놓으면 전장 5미터인 오피러스보다 더 길어보인다. 그런데 어찌 중형차와 비교하려고 하는 것이냐.
여전히 마음에 들고 멋지게 보인다.
본인이 오피러스를 구입한 당시, 같이 일하던 L모 이사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러하듯 "NF소나타 풀옵션"을 받아서 애지중지하면서 타고 있었다. 추가 옵션을 전혀 장착하지 않는 본인의 오피러스를 깔보면서 화려한(!?) NF소나타의 옵션들을 자랑질해댔지만, 차가 나가는 느낌이나 승차감부터 확연하게 차이가 컸고 태생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본인은 "옵션"보다 "플랫폼"을 중시하여 소나타, 그랜저보다는 일부러 오피러스를 선택했는데, 구입 7년째에 접어든 지금도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
얘는 소나타와 K5급인 중형차입니다. 오버하지 맙시다.
또한, 본인이 E클래스를 생애 첫 외제차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는 "외제차 입문용"으로 적합한 "중형차종"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산 중형차(8년)와 소형차(8.5년), 그리고 대형차(당시 3년)를 모두 타본 입장에서 국산차와 외제차의 다른 특성을 가장 부담없이 느껴볼 수 있는 차종이 중형차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E클래스와 5시리즈를 두고 고민했고 큰 고민 없이 E클래스를 선택했는데, 이 역시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지난 3년간 외제차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적절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는 더이상 국산차는 구입할 계획이 없게 되었다. 처음 E클래스를 시승할 때, E클래스를 그랜저급이라고 우기는 딜러 때문에 피식 웃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E클래스는 "중형차"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신형 제네시스의 가장 큰 문제는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이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성능과 연비 문제일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제 자동차의 다운사이징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본인 역시 2톤에 가까운 차체를 고작 1800cc 터보 엔진으로 구동시키는 E200 CGI 아방가르드 모델을 타고 있다. 구입 당시 불과 40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3500cc를 디튠한 E300 엘레강스와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겨우" 중형차종에 3500cc의 고성능 엔진은 과하다는 느낌이었고 본인이 탈 마지막 차도 아닌데 "고성능의 중형차"보다는 "적절한 성능의 중형차"를 선택했다. 이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보는데 배기량이 2700cc(이지만 마력은 큰 차이 없는) 오피러스 보다도 가속감과 고속안정성이 좋고, 거기에 연비까지 좋은 편이기 때문에 아주 만족을 하면서 타고 있다. 벤츠 E클래스 동호회에 올라온 글들을 읽어보면 E200 CGI는 "실용 구간에서 주행만 하는 경우에 무리 없이 탈 수 있는 차" 정도로 평가 절하를 하는데, 대형차인 오피러스보다 잘나가는 차를 단지 배기량만으로 지레짐작을 하는 것을 보니 벤츠 오너들이라고 해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 듯하다. 과연 "오피러스"를 두고 얌전히 몰고다니면 괜찮은 차라고 할 사람이 있을까?
이번 제네시스는 더 무거워지고, 더 연비가 나빠졌다. 그저 좋은 강판을 썼기 때문이라는 변명은 둘째치고라도 연비는 어쩔 것인가? 본인이 2000년 9월에 구입하여 8년간 타고 다녔던 EF소나타는 전반적으로 무난한 편이었지만 부실한 미션과 좋지 않은 연비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EF소나타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11.8km였지만 대형차인 오피러스 (공인연비 리터당 9.2km)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이 연비가 안좋았기 때문이다. 경험상 EF 소나타 시내 주행 연비가 리터당 7~8km, 오피러스 시내 주행 연비가 리터당 6~7km였다. (참고로 E200 CGI 시내 주행 연비는 리터당 9~10km이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신형 "제네시스"의 시내 주행 연비가 겨우 리터당 5~6km라면 어쩌라는 것인지? 그나마 연료통이라도 크면 다행이겠지만, 작다면 무척이나 낭패일 수 밖에 없다. 오피러스만해도 연비도 안좋은 주제에 연료통도 작아서 (전장 5미터인 대형차종임에도) 왕복 50km 시내 출퇴근을 하는 경우 4~5일에 한번 정도는 꼭 주유소에 가야한다. E클래스는 연비가 상대적으로 좋음에도 연료통도 커서 오피러스보다 덜 가도 되는 장점이 있다.
골프 정도는 바라지도 않는다!
논란이 되는 안전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디자인과 편의성에 신경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제는 고연비의 국산차를 만나고 싶다. 기술력이 안된다면 굳이 디젤 승용차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가솔린 엔진이라도 과도한 마력과 토크보다는 연비 좋은 엔진과 좋은 강판을 쓰면서도 처절하게 감량을 하여 시대에 맞는 자동차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S클래스는 똑같은 대형차임에도 (디젤엔진을 장착하기는 했지만) 무려 리터당 12.9km이지 않은가. 언제까지 대형차는 기름을 많이 먹어도 된다라는 논리를 펼칠 것인가. 같은 대형차종인 S클래스와 상대할 자신이 없으면 사이즈를 줄여서 중형차종으로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E클래스나 5시리즈와 경쟁을 하던지...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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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5 추가
본인이 소유한 E200 CGI AV의 차량 등록증을 찍어서 올린다.
차량등록증에 명확하게 "중형승용"이라고 찍혀있기에 중형차라고 하는데, 국내기준이 어떻고 세그먼트가 어떻고 따지면서 굳이 부정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참고삼아 동생이 타고 다니는 신형 제네시스의 자동차등록증도 시승해보면서 올리도록 하겠다.
그리고, E클래스를 3년 7개월 동안 82,000km를 주행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E클래스는 대형차급이 아니라 중형차급에서 지향하는 바에 매치되는 명확한 "중형차"이다. 오너가 중형차 맞다는데 왜 자꾸만 차급을 승급시켜주려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형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대형차종은 그것이 오너드리븐이든 쇼퍼드리븐이든 중형차종 이하와는 다른 것을 지향하고 있기에 금방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차량의 성능과 관계 없이 대형차 태생인 오피러스나 제네시스는 E클래스와 5시리즈 같은 중형차종과는 분명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