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30. 14:23ㆍ스타트업 개발팀 빌더/상담
한국 IT업계에서 "애자일"은 꽤나 논란이 많은 개념입니다. 대부분은 애자일을 도입하는 것에 실패하고, 일부 애자일을 도입해서 잘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 조직도 역시 나름 한국식으로 변형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의 링크 내용은 왜 한국에서 애자일 도입이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예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글 내용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단순히 애자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임원진이나 Head만의 문제라고 하기엔 부족합니다. 저는 2000년대 초반에 MS Team Suit 제품 교육을 받으면서 처음 Agile에 대한 개념을 알게 되었고 이후 애자일/스크럼 관련된 많은 서적을 공부하며 지금까지 실무에 적용을 해왔습니다. 대게 개발 조직을 책임지는 책임자였기 때문에 어느 조직이든 애자일/스크럼을 도입하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오히려 예상치 못한 반발은 대부분 개발자들로부터 나왔습니다. 개발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추가적으로 불필요한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자일/스크럼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그전까지 고민이 많았던 정량적인 개발 진척도 파악이 가능해진 점, 현재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되며 어떤 문제로 인해 지연이 생기는지를 쉽게 알수 있는 등 눈에 띄는 개선점이 보였습니다. 덕분에 2010년경 한국 IT업계가 스마트폰 열풍에 쉽싸여서 엄청나게 많은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들이 추진되던 시기에, 그 태풍의 눈 한가운데에서 혼자서 동시에 수많은 프로젝트를 이끌때 애자일/스크럼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스타트업 열풍이 부는 시기에도 역시 도움이 된 것은 당연합니다.
https://yozm.wishket.com/magazine/detail/917/
2018년 독일 스타트업에서 다시 애자일/스크럼을 만났을때, 저는 꽤나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책에서만 보았던 교과서적인 애자일/스크럼을 현업에 그대로 적용하여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또한 한국에서 나름 애자일/스크럼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지만, 한국 현실에 맞게 절충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독일에서는 제품 책임자와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스크럼 마스터"를 따로 두고 제대로 애자일/스크럼이 운영되고 있는지를 항상 모니터링하며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위의 글에는 스크럼 마스터를 팀장급이 해야한다고 써놓았는데, 스크럼 마스터는 실무 역량과는 상관없이 별도의 전문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개발 경력이 많다고 아무나 하면 안됩니다. 게다가 고지식한 독일인 동료 개발자 덕분에 애자일/스크럼과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자동화된 테스트, CI/CD 파이프라인, 코드 리뷰 등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몸에 익히는 과정은 고통스러웠습니다만) 이렇게 교과서적인 방식의 애자일/스크럼을 5년 가까이 업무에서 쓰다보니, 이전보다 한층더 업그레이드가 되어 한국 스타트업과 협업을 할때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의 일부 조직에서는 꽤나 좋은 성과를 내서 자발적으로 계속 애자일/스크럼을 운영하는 조직도 생겨났고, 역시나 어려움이 있기는 했어도 한국식 SI 분야에 적용해보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에도 마주하게된 문제 중에 하나는 일부 개발자들은 대환영이었지만, 자신의 실력 향상이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다수의 개발자들은 형식적으로만 참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베트남 개발자들과 협업을 하게 되면서 다시금 애자일/스크럼을 제대로 사용하는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 베트남 개발 업체에서는 애자일/스크럼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원격으로 근무하는 베트남 개발자들과 효율적으로 제대로 같이 협업을 하려면 애자일/스크럼이 필수 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국이나 유럽, 다른 아시아 국가의 고객사들과 협업 역시 애자일/스크럼 방식으로 해왔기 때문에, 대게 베트남 개발자들은 한국 개발자들에 비해 애자일/스크럼 환경에 익숙한 것이 장점입니다. 따라서 기존 개발 조직에서 애자일/스크럼을 쓰지 않았거나, 쓰더라도 표준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써왔다면 변화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회사들이 원격 근무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격으로 근무하게 되면 해당 직원이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감시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애자일/스크럼을 도입하게 되면 소프트웨어 개발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지만, 투명한 개발 조직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반기지 않는 이유일수도 있습니다.) 비개발자 또는 임원진이더라도 매일 진행되는 데일리와 스프린트 시작전의 플래닝, 스프린트 마치고 진행하는 레트로에만 꾸준히 참석하면, 누가 무슨일을 하고 있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너무나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업무일지"와 같이 비효율적이고 도움이 안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조직이라면 반드시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한국 IT업계에서 25년간 일을 해온 관리자이자 개발자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애자일/스크럼에 대해서 모든 구성원들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제대로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리더/담당자가 참여해서 각각의 조직에 맞는 방법으로 잘 적용을 한다면 한국 IT업계에서도 얼마든지 애자일/스크럼을 활용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적지 않은 조직들이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고, 또한 전세계의 유능한 개발자들과의 협업을 원하는 한국 스타트업이라면, 전세계 훌륭한 기업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어하는 한국인 개발자라면 당연히 가야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만일 이와 관련하여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