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캠핑 이야기 - 양평 풀꽃나라 반디캠프 (2013/06/29~06/30) #6

2013. 7. 1. 07:00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원래는 5월 25일 경에 후배 가족과 캠핑을 갈 예정이었는데, 한번은 후배 사정 때문에 또 한번은 본인 사정 때문에 2번을 연기한 끝에 지난 주 주말에 양평의 "풀꽃나라 반디캠프"에 다녀올 수 있었다. 반디캠프는 작년에 2차례 다녀온 적이 있는 곳이라서 익숙하기도 하고, 이제 처음 캠핑에 입문하려는 후배 가족들에게는 부담없는 장소라고 판단되어 예약을 했었다.

http://nashorn.tistory.com/entry/나의-답사기-양평-풀꽃나라-반디캠프-2012-7-7

http://nashorn.tistory.com/entry/나의-답사기-양평-풀꽃나라-반디캠프-2012-9-15

 

후배에게는 침낭, 발포매트, 전기랜턴 정도만 구입을 하고 먹을 것만 싸가지고 오라고 했기 때문에, 평소 때보다도 짐이 많아질 수 밖에 없으니 드디어 아버님의 테라칸을 빌려서 캠핑을 가게 되었다. 출발 전날 저녁에 퇴근하면서 본가에 들러서 E클래스를 주차해놓고 테라칸을 몰고 집으로 왔다.

 

캠핑 장비를 잔뜩 꺼내놓고 테라칸에 싣기 시작하는데... 어라라? 그렇게 커보이던 테라칸의 트렁크 공간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채는데에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맨 뒤쪽에도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접이식 의자가 있어서 좌우로 접혀있는데, 이것이 생각보다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긴 물건을 쌓아놓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설령 접이식 의자를 제거한다고 해도 기대한 것보다는 수납 공간이 작다라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요즘 캠핑 열풍 때문에 SUV가 잘 팔린다고 하는데, 도심형 SUV보다 적재 용량이 큰 테라칸 조차 이 정도라고 한다면 다른 SUV의 적재 용량은 보나마나가 아니겠는가. 세단에 캠핑 장비를 싣는 것이 스트레스라서 테라칸 정도면 괜찮겠지 했는데, 테라칸 조차도 장비를 실을 때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내게는 SUV가 아니라 수납공간 걱정을 덜해도 되는 픽업 트럭이 정답일 듯하다.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꽤나 힘들게 쑤셔 넣을 수 밖에 없었고, 일부는 앞좌석과 뒷좌석까지 자리를 차지했다. 정말 기대 이하의 수납 능력을 보여주었다. 출고한지 10년째 되는 차량이라 쇼바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기는 해도, 서울-양평-여주-서울로 이어지는 270km 정도의 거리를 주행하면서 리터당 10km의 연비를 보여주었다. 다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살짝 속도만 줄이면서 브레이크를 안밟고 넘는 습관 때문에, 브레이킹을 해서 속도를 확실히 줄여서 넘는 것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쿵쾅거리고 뒷좌석 탑승자들은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래도 차량이 크고 높아서 운전 시에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서 편했고, 엔진의 성능은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출발을 서두른 탓도 있기는 하지만, 요즘 들어 자주 이용하고 있는 김기사 어플 덕분에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아침식사를 하는 여유를 부렸는데도 평소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뵌 노숙자님은 여전하신 듯 했고, 2개의 사이트를 칠 수 있는 괜찮은 공간을 추천해주셔서 화장실 건물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캠핑장 앞쪽에 대대적인 공사(!?)를 하셨는지 꽤나 넓은 공간이 확보되었고 밭이 만들어져 있었다.



 

비가 많이 오지 않은 탓에 계곡물은 예전처럼 많은 수량을 자랑하지 못하고, 일부에만 물이 고여서 흐르고 있었다. 그 좁은 물속에 발을 담그면서 시원함을 느끼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캠핑장 입구에는 당나귀가 매어 있어서 애들과 보러 갔는데, 가까이 가니까 시끄럽게 울어대서 도망 올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캠핑을 위해서 추가로 구입한 콜맨 캡틴 체어 2개와 기존에 사용하던 릴렉스 체어 4개, 그리고 후배가 애들용으로 사온 체어 2개가 있어서 의자가 부족하지 않았다. 지난 번 캠핑 때 장작을 모두 다 써버려서, 다시 2박스를 추가로 주문했는데 역시나 신속하게 배달이 되어 마음에 들었다. 당분간은 "모닥불 장작"을 통해서 계속 장작을 구입할 것 같다. 그런데, 노숙자님께서 판매하시는 장작도 다른 캠핑장에 비해서 상당히 좋은 것으로 보여서 굳이 가져갈 필요 없이 캠핑장에서 사서 사용해도 될 듯하다.

 

 

양가 부모님 집에서 가져와서 잘쓰고 있는 2개의 텐트. 비슷한 시기에 구입을 하셔서인지 스타일이 거의 유사하다. 애들이 갈 수록 커져서 찡겨서 자기가 힘들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올해까지는 계속 사용할 계획이다. 커다란 렉타 타프 덕에 리빙쉘 같은 것의 필요성을 아직까지는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숙자님께서 추천해주신 장소는 그늘도 있고 해먹을 설치할 나무도 있어서 좋기는 했는데, 한가지 아쉬었던 것이 이전에 반디캠프에서 캠핑을 할 때에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파리가 많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화장실 건물 뒤쪽이라 그런 듯한데, 꽤나 매서운 침을 쏘는 작은 벌이 많은 것까지는 자연을 즐기는 것이라 감안하면 되겠지만 밥 때만 되면 엄청나게 몰려드는 파리떼는 정말 무서웠다. ^_^;; 다음 캠핑 때는 다른 곳을 찾아야 할 듯하다.

 

위풍 당당한 테라칸의 위용(!!) 승용차가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운 길도 부담없이 달릴 수 있고, 경사가 높은 곳을 4륜 구동으로 가볍게 올라가는 것을 보니 좋기는 했지만 여전히 수납 공간 부족에 아쉬움은 컸다.



 

슬슬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계획보다 일찍 장작에 불을 펴고 후배가 가져온 새우, 쏘세지, 오리고기를 먼저 구워서 먹였다. 후배가 가져온 집에서 쓰는 후라이팬은 이번 캠핑 때 큰 활약을 해주었다.


 

이번 캠핑에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준 가스랜턴. 캠핑장에 도착해서 보니 심지가 떨어져 있어서 예비로 사두었던 심지를 꺼내서 달아주었다.

 

이제 콜맨 화로대는 우리의 캠핑 완소 아이템이 되어 가고 있다.

 

언제나 아름다운 석양의 모습.

 

아이들을 하나둘 재우고 초등학교 5학년인 딸내미만 남아서 어른들과 밤늦게까지 캠프 파이어를 즐겼다. 캠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집사람조차 이 시간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라고 할 정도로, 불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3근이 넘는 목살을 모두 구워서 먹었다. 후배 부부는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사가져간 모스카토 다스티 한병을 둘이 나눠 마셨고, 우리 부부는 아사히 500ml 4캔, 최근 들어 즐기고 있는 "필스너 우르겔" 500ml 4캔을 마셨다. 필스너 우르겔은 "레옹"이라는 잡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라거 맥주의 원조임을 자랑하듯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이날도 역시 가져간 10kg의 장작 한박스 덕분에 장작이 모자랄 것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불을 지폈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가볍게 산책을 했는데 벌써부터 날이 더워지는 것 같았다. 밤새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파리들이 식사할 때가 되는 어디선가 다시 모여들어서 난리 법썩을 피웠다. (아래 사진은 남은 계란 노른자를 열심히 흡입하고 계신 파리님의 모습이다. 저 멋진 주둥이를 보시라.) 예정보다 일찍 철수하여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가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하고 서둘러 철수를 한다고 했는데도 반디캠프를 떠나는 시간은 11시 30분쯤이 되었다.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점심 식사를 한 다음 스타벅스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간단하게 아이쇼핑을 즐겼다. 집으로 향하는 길이 다소 막히기는 했지만, 1박 2일의 짧지만 즐거웠던 캠핑을 통해서 충분히 힐링이 된만큼 기분 좋게 집까지 올 수 있었다. 다행이도 후배의 큰 딸이 이전에 갔었던 펜션 여행보다 이번 캠핑이 더 재미있었다고 했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가을쯤에 한번 더 후배 가족과의 캠핑을 계획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