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4. 10:07ㆍ기타/까칠한 나숑의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20대 후반이었던 본인이 당시 직원들과 갔었던 회사 워크샵에서 다음과 같은 폭탄발언을 했었다.
"나는 30대에 벤츠 S280을 타겠다!"
듣는 사람들은 모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들었겠지만, 당시 본인에게 벤츠 S클래스는 진심어린 드림카였다. 굳이 S280이라고 언급한 것은 그나마 1억2천만원 정도인 엔트리 모델이라 만만했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이 당시에 떠들어 댄 목표는 곧 본인의 30대 꿈 중에 하나로 자리를 잡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본인에게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벤츠"가 의미하는 이미지는 "성공하는 사람이 타는 차"라는 느낌이 강하다. 워낙 많은 영화에 여러가지 형태로 벤츠가 등장하기 때문에 예로 들 필요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네마천국"의 주인공 "토토"가 성장해서 성공한 영화감독이 되었을 때 타고 다니는 차도 벤츠였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 마음에 드는 송강호의 "우아한 세계"에서 송강호가 몰고 다니는 검은색 S클래스를 보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애착을 가지고 몰고다니는 벤츠가 일종의 훈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가 본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엇보다도 본인에게 직접적인 영감(!?)을 전달해준 것은, (공 치는) 골프 동호회 선배가 몰고 다니던 이전 세대 E클래스였다. 당시 필자가 몰고다니던 EF소나타는 골프연습장 주차장에 세워두고, 선배의 E클래스를 같이 타고 골프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세계를 맛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차가 가속을 하는데 전혀 힘들이지도 않고 속도가 쭉쭉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속도가 올라감에도 승차감은 더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EF소나타로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경지였다.
지금까지 본인이 구입해서 타는 차량들에는 나름 해당 차종에 대한 영감을 주는 분들이 있었다. EF소나타는 사회 초년병 시절에 개발실 실장님께 회사에서 지급되었던 녹색 EF소나타가, 오피러스는 일 때문에 알게된 KT 임원진이 타고 다니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이다. 지금 타는 E클래스는 골프 동호회의 선배에게 영감을 받은 것인데, 덕분에 M당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름 BMW의 520d을 두고 꽤나 고민을 했지만, 당연스럽게도 E클래스를 선택한 것은 이런 영향인 듯 하다.
원래 다음 차는 당연하게도 S클래스였었다. 그러나 최근에 여러가지 심경의 변화(!?)를 겪은 탓에 다음 벤츠로는 S클래스보다 SLK나 G클래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각각 BMW나 포르쉐, 랜드로버나 지프라는 경쟁 상대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벤츠를 선택할 확률이 조금더 높기 때문이다. 물론 다음 세단으로는 당연히 S클래스 밖에 후보가 없다. (한때 BMW 7시리즈로 눈독들이고 시승까지 했었지만...)
지금 본인의 노트북 바탕 화면은 아래 G클래스의 사진이 차지하고 있다. 로드스터보다는 캠핑용으로 활용 가능한 오프로더가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계산기를 두드리다 지프로 쉽게 갈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벤츠는 기쁨이고 즐거움이고, 행복감과 목표의식을 가지도록 해주는 대상이다. 그래서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꾿꾿하게 그것을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를 탈 때마다 보이는 삼각별을 보면서 운전을 하는 기분이야말로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