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0. 07:00ㆍ기타/내가 쓴 글들 (from yahoo blog)
개인적으로 "머스탱"은 나름 환상을 가지고 살아왔던 차이다. 그 동안 충분히 시승을 해볼 수 있었을텐데, 아끼고아끼면서 시승을 미뤄왔다. 가급적이면 그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았고, 본의아니게 그동안 미국차와는 인연이 되지 않은 까닭이다. 나에게 꼭 맞는 "로드스터" 찾기를 하는 와중에,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도 후보군에 올려놓게 되어 드디어 시승을 해보게 되었다.
딜러님께서 직접 몰고오신 파란색 머스탱 쿠페는 갓 출고한 신차 차량이라고 해서 더욱 감격적이었다. 사전에 매장에서 브로셔를 보면서 색상을 고민했었는데, 흔할 것 같은 빨간색보다는 시승한 차량과 같은 파란색 계열이 괜찮을 것 같다. 차에 탑승해서 양쪽 사이드 미러와 백 미러를 조정하는데, 미러 조정 레버가 골프의 그것과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게다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사이드 미러는 접히지 않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 같이 주차장의 차간 간격이 좁은 여건에서 심히 걱정이 안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 정도의 "고집"은 받아줄만하다.
차를 몰고 늘 시승하는 코스를 향해서 가면서 보니 계기판에 화려한 불빛은 나름 인상적이었다. 예상보다는 적당히 하드하면서 소프트한 승차감이었고, 엔진 소리 또한 상당히 정숙한 편이었다. 사실 머스탱을 직접 타보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을 해보았을 때에는 상당히 "흉폭"한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국내 출시된 머스탱에 한정하자면 절대로 "흉폭"하지 않고 얌전한 새색시 같았다. 딜러분께서 블루투스를 이용하여 빵빵하게 음악을 틀어주셨는데, 순정 스피커가 독일차들의 순정 스피커보다는 확실히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네비는 지니맵이 탑재가 되어 익숙한 것이라 괜찮았고, (화면도 크고 CPU도 E클래스 것보다는 나은 듯하다) 일반유만 주유해도 충분히 퍼포먼스가 나온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시승 중에 머스탱의 핸들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된다. 가장 좋다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핸들의 그립감이 다른 차에 비해서 다소 특이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새차라서 아직 길들이기를 하기 전이라 그런지, 차선을 바꾸면서 급격히 엑셀을 밟았는데 뭔가 헛도는 느낌이 나면서 갑자기 차가 나아가질 않아서 본인이나 딜러분이나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후에는 그런 문제는 없었지만, 신차로 시승을 하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은 아닌 듯하다. 또한, 쿠페 차량이라 왼쪽 뒤에 오는 차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 시야가 가려져서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좌우 깜빡이도 원터치 쓰리 강냉이가 된다고 하는데, 조작감이 익숙치 않아서인지 그냥 깊숙히 눌러서 사용했다. 가속감은 충분히 괜찮았는데, 엑셀을 밟으면 곧바로 반응하는 것은 국산차와 유사했다. 브레이킹 능력은 적당한 듯하고 밀리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차 안 어디에도 "시계"가 존재하지 않음에 깜짝놀라기도 했다. 머스탱 뿐만 아니라 포드나 링컨의 모든 차량에는 시계가 없다고 한다. 굳이 불편한 점을 들라면 클락션을 울리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위치도 그렇고 누르는 느낌도 그렇고...)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 유턴을 하는 부분에서 늘 그렇듯이 급격한 유턴을 해보았다. 그런데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면서 차체가 꽤나 휘청거리는 것이 아닌가. 독일차의 경우에는 골프 레벨만 되어도 이 정도 유턴에도 무리없이 돌아나가는데 미국차에게 이런 것을 바라면 안될 것 같다. 흔히들 말하듯 미국차는 "직빨" 때문에 타는 것이지 코너링 때문에 타는 차가 아니지 않은가. 시승을 해보고 나니 국내 판매되는 머스탱은 "스포츠카 스타일의 데일리카" 정도라고 판단된다. 이 정도의 차를 "머슬카"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울 것 같고 2014~2015년 쯤에나 들어온다는 고성능 모델 정도가 되어야만 머스탱의 진가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한 때 본인이 본인 자신을 비유하면서 썼던 말을 이제는 조금 수정을 해야할 것 같다. 원래는 "저는 기름을 많이 먹는 (고성능의) 머스탱입니다."라고 했었는데, 직접 몰아보니 머스탱은 기름도 많이 안먹고 고성능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시승해 본 차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911을 가지고 본인에 대한 소개 문장을 새로 만들어야 겠다.
"저는 흉폭하지만 아름다운 (고성능의) 911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