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4. 14:36ㆍ기타/까칠한 나숑의 이야기
나 역시 개성이 없는 우리나라 사람 중에 한명이라, 첫차를 구입한 이후 12년 동안 오로지 "세단"만을 좋아해온 1인이다. 무식하게 덩치만 크고 민첩함이나 승차감이 떨어지는 SUV는 몇차례 고민을 해본 적이 있지만 한번도 간택을 받은 적은 없었다.
2000년도 하반기에 첫차를 사기위해 여러 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고민을 하던 끝에 선택한 것은 "EF소나타 2.0 GVS"였다. 레간자나 매그너스는 당시 대우자동차가 어려울 시기라 제외되었고, 아반떼나 EF소나타 중에 고민 끝에 가격 차이가 별로 안나는 EF소나타를 선택한 것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무생각없이 차를 산 셈이었지만, 그래서 8년 동안 나름 만족하면서 타고다닌 차였기에 다행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EF소나타의 디자인이나 스타일은 지금도 마음에 든다. 고질적인 미션 문제로 인해서 수도 없이 미션오일을 갈아주어야 했고 (결국엔 쿨러까지 따로 달아서 해결했다) 생애 첫차였던 만큼 차에 대해서 잘모르다보니 여러가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었다. 정비소에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정비를 해주고 엔진오일도 무조건 지크XQ를 넣어주었음에도, 그것만으로는 완벽하게 대비가 되지 않아 고속도로에서 2번씩이나 멈춘 적이 있었다.
2002년 가을에는 집사람 출퇴근을 위해서 부담이 적은 소형차인 "리오SF 1.3"을 구입했다. 그 이전대의 리오는 너무 둥글둥글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리오SF는 적당히 엣지가 있는 것이 마음에 쏙들어서 별다른 고민 없이 덜컥 계약을 했다. 이 때부터 우리는 2대의 차량을 같이 굴리게 되었는데, 비용 부담은 만만치 않았지만 각자 몰고 다니는 차가 따로 있다는 것이 편하긴 편했다. 리오SF도 8년 넘게 잘 타다가 이모님께 드려서, 지금은 이모님이 잘 타고 다니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5만원 정도만 주유하면 만땅이 되었는데, 차 값도 저렴하고 유지비도 적게 들고 기름값 부담도 적었기에 리오SF는 실속이 있는 차라고 할 수 있다.
EF소나타를 탄지 8년째가 되자 이런 저런 정비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기 시작했고, 이것을 빌미삼아 다음 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 때에도 꽤나 많은 차들을 놓고 고민을 했는데 최종적으로 맞붙게 된 것은 "그랜저"와 "오피러스"였다. "그랜저TG"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다음 차는 저것이라고 점을 찍어놓았었는데, 갈 수록 눈만 높아져가게 되어 결국 "그랜저"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좀더 대형차 삘이 나는 차인 "오피러스 GH270"을 선택하였는데, 구입한지 4년이 넘는 지금 생각해봐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에는 비용 부담이 꽤나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EF소나타나 리오SF를 살 때보다는 경험치가 늘은 덕분에 버겁기는 해도 감당할만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오피러스를 몰면서 좋아진 것은 운전을 하면서도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EF소나타를 몰고 다닐 때만 해도, 성질 더럽게 운전을 하고 다녔는데 나름 대형차이기 때문인지 한결 여유롭고 부드러운 운전을 하게되었다. 게다가 아무래도 연비가 좋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연비 운전을 하게 되는 것 또한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현재는 집사람이 주로 몰고 다니고 본인은 주말에 가끔씩 몰고 다닌다. (캠핑갈 때에도 사용하고 있다) 차가 크고 안정감이 있어서 가족들을 태우고 이동하기에는 가장 좋은 차라고 생각한다. 국산차의 품질이 예전보다 좋아진 덕분도 있겠지만, 대형차가 중형차나 소형차보다는 좀더 좋은 부품을 써서 그런지 잔고장도 없고 정비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든다. 그래서 오피러스를 10년 정도 탄 다음에 구입하는 차도 국산 대형차로 하려고 마음 먹은 적도 있었다.
2009년 부터 갑자기 벤츠 E클래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이전 모델의 E클래스도 괜찮기는 했지만, 신형 E클래스는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대한 개인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사용하는 노트북의 바탕 화면을 아래 사진으로 바꿔놓고 벤츠 동호회에 가입하여 꾸준히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시기적으로는 2011년 정도에 구입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 그리고 자금력을 준비하려고 하였는데, 어쩌다보니 계획보다 빠른 2010년 2월에 차를 뽑게 되었다.
원래 2009년 가을쯤에 GLK 시승을 먼저해보았는데, 막상 GLK를 시승해보니 E300 시승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딜러에게 부탁하여 E300 시승을 하였고, 그 다음에는 삼각별에 대한 열병을 심하게 앓게 되었다. 때마침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도래하여 눈 딱감고 질러버렸다. 지금까지 질러대는 내 모습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 가족들마저 이번에는 경악을 했던 것 같다. 이제는 뭔가를 관심있게 쳐다만 봐도 다들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아무튼 예사롭지 않은 차량 출고식을 거쳐서, 지금까지 2년 가까이 약 3만km를 타고 다닌 결론은... 미안하지만 더 이상 국산차는 못타겠다이다. 오피러스도 좋은 차이고 신형 에쿠스나 K9, 제네시스 등도 좋은 차임에는 분명하지만, 감성적인 면에서 국산차는 아무런 감흥이 없는 탈 것에 불과하다. 더 잘달리고 잘 서는 것 뿐만 아니라 브랜드나 차가 주는 감동은 그 여운이 생각보다 오래가는 것 같다. 그래서 국산차 1대, 외제차 1대라는 원칙을 고수하려고 했으나, 오피러스를 끝으로 더 이상 국산차는 관심을 가지지도 알아보지도 않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대형차인 오피러스와 중형차인 E클래스를 소유하고 있는 만큼 "세단"만 놓고 보면 만족스럽다. 게다가 어설픈 "도심형 SUV"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 또한 걱정할 바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 무한한 세단 사랑이 막을 내릴 조짐이 슬슬 보여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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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캠핑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가족들과 직접 캠핑을 다니다보니 세단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너무나 처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필자가 장인어른께서 직접 재배하신 30~40포기의 배추를 본가에 전달하기 위해서 리오SF의 트렁크는 물론 뒷좌석까지 꽉채우고 운전을 한 적이 있는데, 세단이란 그런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물론, 내가 1년에 캠핑을 다녀봐야 얼마나 다니겠는가? 올해만 해도 한달에 2번쯤은 다니려고 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원래 계획에 훨씬 못미치는 3번밖에 가지 못했다. 하지만, 덕분에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 있다.
"세단"은 출퇴근이나 장거리용일 뿐 레저용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정통파 SUV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제일 처음 달려간 곳은 랜드로버였다.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디스커버리를 시승해보았는데, 테라칸이나 갤로퍼와 같은 국산 정통(!?) SUV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특히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착 달라붙는 느낌은 어설픈 세단보다 훨씬 나은 것이었다. 게다가 레인지로버의 육중한 몸매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인 드림카인 벤츠 S클래스와 맞먹는 가격이 문제였지만, 제대로 된SUV를 살려면 레인지로버가 정답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한 것이다.
오프로더라고 하면 "지프"를 빼놓을 수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지프 매장으로도 달려 갔다. 지프 랭글러는 철저하게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있고 지나치게 투박한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현실적(!?)인 가격대라서 더욱 마음에 들었는데, 시승을 해본 느낌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테라칸을 모는 느낌"이었다. 같이 동승한 딜러도 나의 그런 느낌을 알아챘는지, 더이상 연락이 없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꿈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여기저기 막 몰고 다니기에는 가장 적합한 차이기에 여전히 후보군에 남아 있다. 색깔은 당연히 노란색!
레인지로버나 지프 랭글러 두 종밖에 선택의 폭이 좁다는 사실에 답답해하고 있는데, 최근 벤츠 G클래스가 국내에도 출시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폭풍 웹서핑을 통해서 알아본 G클래스는 레인지로버+지프 랭글러 정도로 판단된다. 적당히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 있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다. 가격이 레인지로버 뺨을 칠 정도라는 점에서 본인의 장기 계획 중에 벤츠 S클래스에서 G클래스로 변경하는 것을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 세단은 가족들을 위한 차이지만, 정통 오프로더는 나만을 위한 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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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E클래스를 몰고 다니면서 철저하게 "정속 주행"을 고집해왔었다. 과속 단속 카메라를 신경쓰면서 운전을 하는 것이 성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네비게이션이 잘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간혹 단속 카메라에 찍힐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거슬린다. 그러던 중, 고속도로에서 거슬리게 운전하는 차량들 때문에 한번 밟아준 적이 있는데 이렇게 쉽게 속도가 올라갈 줄은 미처 몰랐다. EF소나타는 둘째치더라도 오피러스가 가속하는 느낌과 E클래스가 가속하는 느낌은 엄청나게 달랐고, 그 속도의 질도 차이가 났다. 이런 맛에 밟는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겁이 많아서 계속 그렇게 밟아댈 수는 없을 것이고, 여전히 정속 주행을 고집할 것이다. (내 몸은 소중한 것이여!) 다만, 이러한 짧은 경험을 통해서 고속 주행에 대한 매력은 잠깐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스포츠카라는 장르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정통 로드스터" 한 대쯤은 소유하는 것이 어떨까한다. 바쁜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탑이 오픈되는 로드스터를 타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꽤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제일 먼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포르셰 "박스터"이다. "911"을 취미용 로드스터로 타고 다니기에는 웬지 부담스럽고, 그나마 만만한 것이 박스터였기 때문이다. 소프트탑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소프트탑을 올렸을 때의 모습이 마음에 안드는 것이 아쉽기는 해도, 포르셰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차이기에 충분히 욕심이 난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직선 주로에서의 질주보다 코너에서의 코너링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적합한 미드쉽 경량 로드스터가 아닌가 한다.
그 다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벤츠의 SLK이다. 이전 모델에 비해서 디자인이 별로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원래 벤츠 차량들은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 E클래스나 S클래스 같은 모델에서 AMG는 그다지 끌리지 않지만, SLK 55 AMG는 필수 선택처럼 느껴진다. 본인의 E200 CGI와 동일한 엔진을 얹은 저렴한 모델인 SLK 200도 있지만, 이놈은 반드시 AMG로 사는게 정답인 것 같다. 어차피 가족들을 태우고 다닐 세단이 2대나 있으니, 2인승에 수납공간이 적은 로드스터라도 전혀 상관이 없고, 제로백이 4.6초라니 슈퍼카에 비하면 가격대비 성능도 좋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본인과 그다지 인연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BMW의 Z4이다. EF소나타를 몰고 다닐 당시에 나름 속도를 낸다고 내고 있는데, 추월차선에서 유유히 옆을 지나서 사라져버리는 Z4를 본 적이 있다. Z4의 경우 성능도 성능이지만, 디자인이 박스터나 SLK보다는 훨씬 마음에 든다. 다만 앞에 두 차량에 비해 뭔가 2%가 부족한 느낌이라 선택에 있어서는 망설여지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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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우에는 출퇴근용 세단은 "E클래스", 로드스터는 "SLK 55 AMG", 오프로더는 "G클래스"로 라인업을 짤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진정한 벤츠 빠돌이로 인증하는 것인가?
터무니 없기는 하지만 행복한 고민이다.